눈내리고
산장에서 비박하며
  취사장 흐린 불빛 아래
  차가운 벽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문밖엔 눈 덮인 빨간 우체통이
  떠나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품은 채
  밤새 앓고 있다
  구겨진 엽서 한 장
  무릎 위에 올려놓고
  볼펜 거머쥔 손아귀에 호호
  입김 불어가며 적었던
  살얼음 글씨 몇 자
  결국, 보내지 못했다
  너를 생각하면
  얼어붙은 뺨보다 가슴이 더 시리지만,
  사랑을 잃고 산길을 헤매는 사람끼리
체온을 나누어 갖는 밤도 슬프진 않다
어차피 네게로 가는 길도 지워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