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학원을 마친 아들이 차에 타자마자 하는 말이다
나는 폰을 넘기고 좌측 깜빡이를 켠다

-오~~ 진짜 백개 모아왔어

좋아하니 좋긴 하다
요즘 점심 먹으면 삼삼오오 걸어나가는 게 일이 됬다
책상앞에 앉아 일이나 더 하거나, 눈을 붙이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이제 순실이보다 더 많이 하는 이야기가 포켓몬이다
칼바람이 불어도 날이 흐려도 볼 주으러 다니는 게 묵묵한 재미이긴 하다
어제는 ㄱ대리가 스핀 줘서 잡는 법을 알려줬다
덕분에 오늘 모은 볼 12개를 죄다 던졌고, 결국 하나를 잡아봤다

-아빠가 볼 던지는 방법 알아왔어

아들 녀석은 뭔데 하다가 내가 손가락을 돌리는 시늉을 하자

- 그거 아는데 히히

하고 웃는다
간만에 웃어서 좋다
볼 열 두 개를 써서 잡느라고 십오분 더 걸었단 말은 차마 못하겠다
들어가면 마눌님한테 미역국 끓여달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