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공납금 납부실적 부진으로
무능 교사라고
서무실에서 쫑코 먹고
교감에게 다짐 받고
오늘은 드디어 반 정원의 삼분의 일이 넘는 20명을
수업도 시키지 않은 채 귀가조치시켰다
돈을 갖고 오든지 아니면
학부형을 모시고 오든지 양자택일하라면서
애들을 집으로 보내고 나서
교내 매점의 나무의자에 앉아 후루룩
나는 말없이 가락국수를 삼킨다
속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 온몸에 퍼진다
반 애들을 돌려보내면서
이 조치가 담임의 뜻이 아님을 애써 강조했던
허약한 내 모습처럼
그렇게 울면서 쫒겨가는 반 애들의 안스러운 뒷모습도
그애들의 뜻이 아님을 나는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정혁이
착하고 부지런하던 북부 산간지방 화전민의 아들
아니 우리반의 장기결석자, 그의 편지가 나를 울린다
선생님
돈이 없어 도저히 학교에 다닐 수가 없읍니다
형님은 영주의 중국집에서 우동을 빼는 종업원인데 월급이 25만 원이고
누나는 구미 전자공단에서 월급 17만 원을 받는데
형님은 하나도 집에 안 보태주고
그동안 저의 학비를 보태주던 누나가 시집을 가게 돼서
이제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그 편지를 읽는다
어느 곳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그애의 마음을
위태로운 목의자 난간에 앉아
무능하게 나는 다시 읽는다

- 김용락, 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