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오늘 점심으로 먹으려고 어제저녁에 일부러 아시안 비프 보울을 만들었거든. 한국식 양념 소고기에 갈릭 쉬림프, 구운 고추까지 얹어서 아끼는 밀폐용기에 밥이랑 꾹꾹 담아뒀지. 아침 내내 점심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면서 시계만 계속 쳐다봤어.드디어 12시가 돼서 탕비실 냉장고를 열었는데 없는 거야. 누가 자리를 옮겨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밀폐용기째로 통째로 사라졌더라고.황당해서 빈 냉장고 칸만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어. 그런데 그때 회계팀 그레그가 내 밀폐용기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거야. 일회용 포크로 마지막 한 입까지 싹싹 긁어먹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유유히 걸어가더라.너무 어이가 없어서 순간 아무 말도 못 했어. 결국 자리로 돌아와서 서랍에 있던 그래놀라 바를 뜯어 먹으며 허기를 채웠지. 그리고 이어진 45분짜리 회의 내내 머릿속으로 복수할 계획을 세웠어. 회의실에 있던 그 누구도 내가 속으로 내 소중한 점심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는 걸 몰랐을 거야.그래서 지금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오기로 똑같은 메뉴를 다시 만들었어. 이번에는 훨씬 더 맛있네. 왜냐하면 이미 관리팀에 탕비실 CCTV 확인할 수 있냐고 메일을 보냈거든. 그 사실을 아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내일은 밀폐용기에 채울 자물쇠랑 이름표를 꼭 챙겨갈 거야. 만반의 준비를 다 해서 갈 테니 지켜봐 줘. 혹시나 그레그의 범행이 만천하에 까발려지면 다시 후기 남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