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웰치스

2009-10-16 10:02:50 조회 159
바다표범의위용.jpg

제목 웰치스

지은이 김디씨

장르 수필



어제 슈퍼에 가서 웰치스를 하나 사왔다.

온 몸에 보랏빛이 감도는 웰치스 캔 하나가 내 마음을 적잖이 설레게 했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모니터 앞에두고 이리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니,

그놈 참 매력적이었다. 볼똑한 배와 날렵한 윗 선의 디자인이 가히 음료수의 제왕이라 

칭할만 했다.

한참을 이녀석을 보면서, 아차 이 놈이 미지근해지면 맛이 없어질거란 것을 알고

냉장고로 직행해버렸다. 그리고선 다시 꺼내오기를 수차례.

이런 정성을 애초에 부모님께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제사 한번 맛을 볼까 하고 캔 꼭다리를 뽕 하고 땄지만,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로 마쿠닥 뛰어갔다.

그런데 아뿔싸, 그때부터 나의 걱정은 시작되었다.


이놈이 혹시 탄산의 기력을 다하진 않았을까,

미지근해져서 자기 고유의 맛을 잃은건 아닐까.

혹시나 누나가 와서 한모금 꿀꺽 하고 가지는 않았을까.

내가 뛰어나오다가 엎지른건 아닐까.


나는 어느새 이 내 마음이 집착임을 깨달았다. 무시무시한 집착임을.

그리고 그 집착은 내 마음의 괴로움을 낳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누나에게 웰치스를 선물해주고 무소유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첨부 이미지

바다표범의위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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