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래 아이유 팬이라 웬만한 작품은 다 챙겨보는데, 이번 드라마는 보다가 계속 오글거려서 아이유랑 왕세자 나오는 장면은 스킵하면서 보게 됨. 오히려 조연들이 연기를 훨씬 잘하는 느낌이야.

근데 더 보니까 이건 배우들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 설정이랑 대본 자체가 좀 부실한 것 같음. 아이유가 맡은 캐릭터는 집안 배경 때문에 차별받으면서도 성공한 설정인데, 그러면 보통은 눈치가 빠르거나 비즈니스적으로 영리하게 움직여야 하잖아. 근데 드라마에선 그냥 철없는 부잣집 딸처럼 행동함. 사소한 일로 직원들한테 소리 지르고, 스캔들을 홍보 수단으로나 쓰고, 계약 결혼 들통날 위기인데도 대책이 하나도 없어. 일 터지면 아빠한테 달려가는데 정작 아빠는 도와주지도 않고, 오빠랑 대화만 잘했어도 풀릴 문제를 빙빙 돌림.

주변 사람들이 왜 얘한테 다 반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냥 '공부 잘하고 열심히 산다'는 게 매력의 전부인 느낌? 실제 인물이었으면 다들 피곤해했을 스타일인데 말이지. 변우석이 맡은 왕세자 캐릭터도 아쉬움. 형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 고작 '성적'이야. 왕이 성적표 보고 화내는 장면은 너무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차라리 정치적인 논쟁에서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놓는 식으로 보여줬으면 형제간의 긴장감이 훨씬 잘 살았을 텐데.

드라마의 핵심인 계약 결혼 갈등도 허무하게 한 장면 만에 해결되고, 전체적인 비주얼도 그냥 흔한 재벌 드라마랑 똑같음. '궁'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홍보하더니, 20년 전 '궁'보다 스타일링이 평범해. 아이유 옷도 그냥 다른 드라마에서 백 번은 본 것 같은 명품 정장 위주라 딱히 왕실 느낌이 안 남. 대비로 나오는 공승연만 유일하게 한복이나 스타일링이 찰떡이라 돋보임.

캐스팅도 좋고 소재도 흥미로웠는데, 전개가 너무 얕아서 종영하고 세 달만 지나도 다 까먹을 것 같은 드라마임.
출처reddit/kdra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