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로 자르는 게 먼저

레시피나 먹방으로는 안 보이는 게 있다는 글이었음. 같이 나온 음식을 어떻게 덜어 가는지, 식탁의 침묵이 어색함과는 다른 뜻일 수 있다는 것 같은 얘기임. 처음엔 낯설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러워진 게 뭐냐고 물었음. 답으로 제일 많이 올라온 건 가위였다. 고기든 뭐든 가위로 자른다는 거임. 한국 갔다 와서 주방 가위를 사고 다시는 안 놓게 됐다는 사람이 있었음. 처음 봤을 땐 어리둥절했는데 생각할수록 왜 여태 안 썼나 싶더라, 칼은 이제 됐다는 댓글도 있었고. 자기 엄마도 뭐든 가위로 자른다면서 우리 집은 이탈리아계라고 덧붙인 사람도 있었음. 김 자를 때 쓰는 법을 자세히 적어 준 댓글도 있었다. 봉지째 자르면 부스러기가 안 흩어지는데, 방습제 위치를 먼저 더듬어서 구석으로 몰아 놓고 자르라는 얘기였음. 그냥 봉지를 밀봉한 채로 접으면 설거지할 게 하나 줄고 부스러기도 다 잡힌다는 다른 방법도 나왔고. 닭 손질용 가위가 피자에 잘 맞더라는 말에는 피자 가위가 진짜로 따로 있다는 답이 붙었음.

더울수록 뜨거운 국

여름에 뜨거운 국 먹는 게 이해가 안 됐다는 얘기도 많았음. 밖이 40도인데 어른들은 뜨겁고 매운 국물을 찾는다는 거임. 그러고 나서 꼭 시원하다고 소리 내어 말해야 한다는 지적도 붙었고. 여기엔 근거가 있다는 댓글이 달렸음. 맵고 뜨거운 걸 먹으면 땀이 나고, 그 땀이 마르면서 피부가 식는다는 설명임. 시원하다기보단 속이 풀리는 쪽에 가깝게 느낀다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 사람 안에는 국 스위치 같은 게 있어서 어른이 되면 어느 순간 켜진다는 댓글이 있었음. 켜지고 나면 종류를 안 가리고 하루 한 번은 국을 먹어야 한다는 거임. 자기 배우자는 한국을 떠날 때쯤 그 스위치가 켜졌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다만 안 통했다는 반례도 있었음. 여름에 에어컨 없는 만원 식당에서 펄펄 끓는 김치찌개를 먹으면 시원해진다고 아버지가 설득했는데, 다 먹고 나니 여름에 5킬로미터 뛴 꼴이었다고 함.

공짜 반찬이라는 충격

식당 반찬이 공짜인 데다 어느 정도는 계속 채워 준다는 것도 자주 꼽혔음. 시애틀에서 반찬을 공짜로 주는 식당을 찾고 좋았다는 사람이 있었음. 그런데 런던에는 조그만 접시 세 개에 8.5파운드를 받는 데가 있다고 하더라. 장난하는 거냐는 반응이었음. 미국에도 돈을 받는 데가 있는데 인색해 보인다는 댓글도 나왔고. 좀 더 세게 나온 사람은 그런 데는 손님이 갈 데가 못 되고 한국식이 아니라고 했음. 방식을 제안한 댓글도 있었음. 메인 요리를 시키면 반찬은 딸려 나오는 게 맞고, 필요하면 런던도 다른 데처럼 메뉴 가격을 조정하면 된다는 얘기임. 콩나물 세 젓가락 나오는 건 어차피 리필해야 한다고 덧붙였고. 미국 한식당에 국과 찌개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왔음. 집밥의 큰 축인데 떡국, 갈비탕, 순두부찌개만 계속 먹기는 힘들다는 거였다. 밥도 그렇다면서, 밥이 쌀밥이면서 식사 전체를 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음. 어느 고깃집에서 밥을 안 가져다주는 직원을 만나 화가 났고 다시는 안 간다고 했더라. 오렌지카운티에서도 보기 힘든 선짓국이나 순댓국이 요즘 제일 좋다는 사람도 있었음.

쇠젓가락과 숟가락 조합

젓가락과 숟가락을 같이 쓰는 게 좋다는 댓글도 많았음. 한국 다녀온 뒤로는 뭐든 그렇게 먹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고. 그 긴 숟가락이 좋아서 온갖 식사에 쓴다는 말도 나왔음. 중국식 나무젓가락을 쓰며 자란 사람은 처음엔 납작한 쇠젓가락이 무겁고 각이 이상했는데 지금은 이쪽이 더 좋다고 했음. 숟가락에 반찬을 조금씩 얹어 먹는 게 즐겁다는 얘기도 붙였더라. 식당이든 집이든 플라스틱이나 나무, 속 빈 젓가락은 싫고 포장 음식일 때만 예외라는 사람도 있었음. 외국 사람들이 반찬을 전부 젓가락으로 집으려고 하는데, 땅콩조림이나 콘치즈처럼 작고 미끄러운 건 숟가락을 써도 아무 문제 없다는 조언도 나왔음. 자기는 아직 도토리묵을 젓가락으로 집느라 고생 중이라는 댓글도 있었고.

밥그릇을 들면 안 되나

밥상 규칙을 목록으로 적어 준 댓글이 있었음. 국과 수저는 밥 오른쪽에 두고, 젓가락을 밥에 꽂지 말고, 먹으면서 밥그릇을 들지 말고, 제일 어른이 먼저 들 때까지 기다리라는 내용이었음. 그런데 여기서 말이 갈렸음. 한국인인데 밥그릇이든 국그릇이든 들지 말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댓글이 달렸음. 국을 마지막에 들고 마시는 사람도 많이 본다는 거임. 반대로 자기도 한국인인데 어릴 때부터 그걸로 계속 혼났다는 사람이 있었음. 그렇게 먹으면 굶은 사람처럼 보이고 빨리 먹기까지 하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고 함. 국그릇만 마지막에 비울 때 든다고 덧붙였고. 젓가락을 주로 쓰는 네 나라를 비교한 댓글도 있었음. 한국은 확실히 안 되고, 일본과 베트남은 확실히 되고, 중국은 지역마다 다른데 대체로 어느 쪽이든 문제가 안 된다는 정리였다. 그릇 모양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왔음. 쇠 밥그릇은 밑이 잘록하지 않아서 집어 들기 어렵고, 뜨거운 돌솥까지 쓰니 애초에 들 일이 없다는 거임. 가장 큰 이유는 그냥 필요가 없어서라는 댓글이 정리처럼 붙었음. 한국은 밥을 숟가락으로 먹으니까 들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

누가 먼저 드는지 보면 안다

서열 얘기도 여럿 나왔음. 소개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누가 먼저 먹기 시작하는지만 보면 누가 윗사람인지 안다는 거임. 예절 상당수가 나이와 얽혀 있어서 늘 나이 많은 사람이 먼저 먹는다는 설명도 붙었음. 소주를 마실 때 어린 쪽이면 잔을 옆으로 돌려서 마신다고 했고. 잔을 비울 때 손으로 입 옆을 가린다는 말도 따로 나왔음. 물건을 주고받을 때 두 손을 쓰는 것도 처음엔 낯설었다는 댓글이 있었다. 같이 시켜서 나눠 먹는 것 자체가 우리라는 감각이고 같이 하자는 뜻에 가깝다고 본 사람도 있었음.

말없이 먹는 밥상

원글이 물었던 침묵 얘기는 실제로 답이 붙었음. 밥 먹을 때 진짜 말을 안 하는 게 맞냐는 질문이 따로 올라왔고. 우리 집은 반찬 좀 달라는 말 말고는 아무도 얘기를 안 했다는 사람이 답했음. 그게 이상하다는 걸 고등학교 3학년 때야 알았다고 함. 친구를 저녁에 불렀는데, 자기가 남아 있어서 부모님이 화나신 거냐고 묻더라는 거임. 지금도 얘기하면서 먹는 게 잘 안 돼서 친구들이랑 만나면 접시를 거의 못 비우고 배고픈 채로 집에 온다고 했음. 조부모와 먹느냐 온 가족이 먹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설명도 나왔음. 할아버지가 먼저 드시면 그때 먹기 시작하고, 할머니는 부엌을 계속 오가고, 어머니도 서서 먹다시피 한다는 거임. 할아버지가 다 드시면 그걸로 식사가 끝나고 바로 그릇이 치워진다고 했음. 얘기할 시간이 없다는 말로 끝맺었더라. 이탈리아계 미국인 아내가 처음엔 서운해했다는 댓글도 있었음. 다 먹자마자 할머니가 그릇을 걷으면서 이제 가라고 하는 게 낯설었다는 거임. 지금은 집안 농담이 됐다고 했다.

계산하려고 싸우는 사이

밥값 내겠다고 서로 싸우는 것도 답으로 나왔음. 나이 든 한국 아줌마라면서 그거 보고 웃었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 싸움을 여러 번 해 봤고 이긴 적도 꽤 된다고 했음. 자기는 화장실 간다고 하고 미리 가서 계산해 버린다는 요령도 올라왔고. 이건 다른 나라에도 흔한 일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음. 나머지 답은 잡다했는데, 식당에서 벨을 눌러 직원을 부르는 걸 꼽은 사람이 있었음. 미국에서는 직원을 찾아 눈을 마주치려고 애쓰는데 그게 시간 낭비 같다는 거임. 고기가 남으면 술을 더 시키고 술이 남으면 고기를 더 시키다가 몇 시간씩 앉아 있었다는 사람도 있었음. 부탄가스만 떨어지지 않게 챙겼다고 함. 신발 벗고 낮은 상 앞에 앉아 먹는 것, 뚜껑 있는 쇠 밥그릇과 쇠컵, 반찬이 열다섯 접시가 넘는데도 돌리는 원판을 안 쓰는 것을 목록으로 적은 댓글도 있었고. 보리차를 차갑게도 뜨겁게도 마신다는 짧은 답도 있었음. 미국에 온 지 30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먹을 때 입을 다물려고 의식적으로 신경 쓴다는 이민자의 댓글도 있었다.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