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말해두자면, 나는 NCT 팬도 아니고 보이그룹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한국 아이돌이 미국 역사와 관련된 무언가를 알아보지 못할 때마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논란의 흐름에 좀 지쳤어. 항상 교육을 통해 채울 수 있는 지식의 공백으로 너그럽게 보지 않고, 무작정 비난하며 사과만 요구하더라고.

마크는 토론토에서 한국인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났어. 어릴 적에 토론토, 밴쿠버, 뉴욕을 오가며 자랐기 때문에 한 나라의 교육 과정을 꾸준히 밟을 시간이 없었지. 그러다 13살에 서울로 와서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청소년기 전체를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속에서 보냈어.

나도 북미에서 자랐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남북전쟁에 대해 배웠거든. 그런데 중학교 때 한국으로 떠난 한국계 캐나다인이 남부연합 문양을 당연히 알아봐야 한다고 몰아세우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아? 많은 미국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이 전 세계적인 상식은 아니야. 그건 철저히 미국 중심적인 역사 지식일 뿐이고, 마크는 평생 그 맥락 속에 살아본 적이 없어.

부모님은 한국인 이민자고, 가정 내 문화도 한국식이었어. 마크의 문화적 배경은 한국과 캐나다에 걸쳐 있고, 남부연합기는 이 두 세상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야. 북미에서 어린 시절을 조금이라도 보낸 마크도 모를 수 있는데, 평생 한국에서만 자란 다른 멤버들은 당연히 더 모를 수밖에 없지. 그들에게까지 미국 역사 상식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봐.

만약 마크에게 그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싶다면, 스스로 한국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자문해봐야 해.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 아마 대부분 모를 거야. 하지만 아무도 그걸로 비난하지 않잖아. 접해볼 기회가 없었을 테니까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지. 마크에게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흑인 미국인들이 노예의 후손이라는 대략적인 사실은 알고 있어. 하지만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는 나라의 구체적인 역사적 상징물까지 알아보고 알아서 피해 가기를 기대하는 건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야. 이 두 가지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않아.

이 글이 남부연합기나 그게 상징하는 바를 옹호하려는 건 절대 아니야. 그 상징이 뭘 의미하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던 한 사람을 대변하려는 것뿐이지. 이런 순간이야말로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줄 기회이고,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마크와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기회야. 하지만 무작정 비난만 퍼붓는 태도는 오히려 해외에 퍼져 있는 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만 강화할 뿐이야. 만약 목표가 문제의식을 키우고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적대적인 태도는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방법이야.

달린 댓글들을 읽어보면서 내 생각을 조금 더 다듬어봤어. 내 핵심 주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걸 단순히 '미국인들의 특권 의식'으로만 표현한 건 내 잘못이었어.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책임에 신경 쓸 여유가 있는 안정된 선진국들 전반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더라고.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야.

AOA 지민이 방송에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를 알아보지 못했을 때, 한국 대중은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어. 지민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교육받았음에도 그런 지식의 공백이 있었지. 또 에스파의 닝닝이 한국에서 수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고 활동했음에도 한국 정서에 어긋나는 발언을 했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어. 오랜 기간 한국에서 지냈다고 해서 타고난 문화적 배경이 쉽게 바뀌는 건 아니니까.

이런 패턴은 어디나 똑같아.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걸 남들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고, 모르면 가르쳐주기보다 화부터 내곤 하지. 미국인들은 미국 역사에 대해 한국 아이돌에게 화를 내고, 한국인들은 한국 역사에 대해 자국 아이돌에게 화를 내. 심지어 한국인들은 오래 함께 일한 중국인 아이돌에게도 같은 잣대를 대지. 이건 특정 국가만의 특권 의식이 아니야. 내가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 상대방이 모를 때 너그럽게 넘기지 못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한계일 뿐이지. 미국인들만 찝어서 비난한 건 내 실수였지만, 마크를 향한 대중의 반응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비생산적이었다는 생각은 여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