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너무 덥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모인 레딧 게시판에 짧은 하소연이 올라왔음. 한국 겨울이 싫다는 거임. 쇼핑몰이든 버스든 공항이든 비행기든 어딜 가도 너무 덥다고 적었다.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뜨겁게 트냐, 왜 적당히 시원한 온도는 못 맞추냐는 게 글 내용 전부였음. 본문이 세 줄뿐이라 나머지는 댓글이 다 채웠다.

출근길 버스 35도

제일 위로 올라간 댓글은 예전보단 나아졌다는 얘기로 시작했음. 옛날엔 버스든 전철이든 가게든 참기 힘들 만큼 덥게 틀었다는 거임. 온도계 달린 폰을 쓰던 시절 출근길에 35도를 찍은 걸 기억한다고 했다. 속옷만 입고 앉아 있어도 더울 온도인데 겨울옷 세 겹을 껴입은 상태였으니 고문이었다고 적었음. 화씨로는 95도라고 옆에서 환산해 준 댓글도 붙더라. 90년대 초 통근을 기억한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밖이 0도인데 기사가 히터를 최대로 올려서 다들 코트를 끝까지 잠그고 장갑에 모자까지 낀 채 앉아 있었다고 함. 창문은 하나도 안 열렸고 전부 김이 서렸다더라.

아무도 창문을 안 연다

버스가 푹푹 찌고 다들 불편해 보이는데 아무도 창을 안 여는 게 이상하다는 댓글도 있었음. 여기에 버스는 설명이 쉽다는 답이 붙었는데, 온도 조절 손잡이를 쥔 사람이 계속 열리는 문 바로 옆에 앉아 있다는 거였다. 그럴듯한 설명이라며 기사석에 칸막이를 만들면 될 것 같다고 받은 사람도 있었음. 조절 자체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나왔는데, 제일 크게 항의하는 쪽이 방금 밖에서 들어와 아직 추운 사람들이라 결국 최대로 틀든가 손님을 놓칠 위험을 지든가라는 얘기였다. 지하철은 칸에 따라 덜 더운 구간이 있고 히터 위치 때문에 가운데가 더 덥다는 안내가 노선에 따라 붙어 있다는 정보도 나왔음. 다만 여름 약냉방칸 스티커는 봤어도 겨울 쪽은 못 봤다는 답이 달렸음.

겪은 사람들 사례

각자 겪은 얘기가 줄줄이 붙었음. 처가에 가면 27도로 맞춰 놔서 사우나 같길래 창문 살짝 열고 빈 방으로 피한다는 사람이 있었음. 아들이랑 키즈카페에 갔더니 바닥이 발을 태울 정도였다는 댓글도 있었고. 숙취 상태로 리무진 버스에서 깼는데 기사 바로 앞자리라 목이 말라 죽는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음. 공항 근처 호텔은 최저 온도가 26도로 고정된 곳이 많아 잠을 못 잔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복도 조작판을 만져 제한을 풀어 줄 기사를 부른 적이 여러 번이라고 했다. 화장실은 여전히 춥다는 짧은 댓글도 붙었음.

한국인이라는 사람들 말

한국인이라며 백 퍼센트 동의한다는 댓글도 있었음. 한국에 가면 실내에서 옷을 다 벗었다가 밖에서 다시 입어야 해서 굉장히 성가시다는 거임. 반대로 한국 실내가 미국 서부보다 확실히 따뜻한데, 인종에 따른 몸 차이인지 익숙한 환경 탓인지는 모르겠다고 적은 사람도 있더라. 그 사람은 여름에 미국 가면 건물 안이 추워서 냉방에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불평한다더라. 한국어로 답을 단 사람도 하나 있었는데, 난방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아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어서 공공시설을 겨울에 따뜻하게 유지하려는 거라고 했음. 추운 겨울에 온기를 장사에 쓰는 면과 그냥 정이라는 면, 두 가지를 같이 들었음.

다른 나라와 옛 기록

훨씬 추운 나라에서는 왜 이게 문제가 안 되냐고 물은 댓글이 있었음. 프라하에 사는데 난방되는 버스를 평생 세 번쯤 타 봤다는 답이 붙었다. 호주 사람이라는 댓글은 다른 각도였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호텔을 많이 다녀 봤더니 냉방 기본값이 대체로 24도였다는 거임. 호주와 한국, 일본에서 24도가 사무실 기준으로 거론되고 한두 도 올리는 편이 에너지와 환경에 낫다고 정부가 권하는 기사도 몇 년마다 나온다고 적었다. 미국의 한국 식당은 오히려 엄청 춥다는 얘기, 일본도 비슷한 것 같다는 얘기도 짧게 나왔음. 역사에서 이유를 찾아본 댓글도 하나 있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한국을 다닌 서양 사람들 기록에 뜨거운 방 때문에 죽을 뻔했다는 대목이 유명하다는 거임. 한국 사람들은 오븐 속 빵처럼 뜨거운 바닥에 눕는 걸 좋아한다고 쓴 구절을 인용했다. 이사벨라 비숍이라는 여행가는 여관 더위를 못 견뎌서 화씨 80도에서 85도쯤이었고 종종 92도를 넘겼으며 어느 밤은 105도까지 갔다고 적었다더라. 그러면서도 이 화덕 속에서 한국인 나그네는 즐거워한다고 썼다고 함. 그 여행가는 호랑이가 나온다는 경고를 듣고도 밤새 문과 창을 열어 뒀다고 적었다. 이건 한 사람이 옛 기록을 옮겨 온 것임. 어차피 대부분의 일에 중간이 별로 없다고 짧게 정리한 댓글, 상식을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는 댓글, 그냥 밖에 있으면 해결된다는 댓글도 있었다.

요금과 민원 이야기

요금 얘기도 나왔음. 상업용 전기가 꽤 싸다는 한 줄짜리 댓글이 있었다. 아내가 겨울엔 30도, 여름엔 14도를 원하는데 가스와 전기 고지서를 볼 때만 생각을 바꾼다는 사람도 있었음. 본인이 난방비를 내야 하면 적당한 온도에 만족할 거라는 얘기였다. 어디든 덥게 유지하려고 민원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거라고 농담 섞어 적은 댓글도 있었는데, 본인 스스로 음모론이라고 붙여 놨음. 최근에 꽤 따뜻한 날이었는데 애들이 눈 오는 날처럼 입고 있더라는 관찰도 있었고, 남편한테 들었다며 바닥난방을 28도로 맞추는 사람도 있다더라는 전언을 덧붙였다. 자기 집은 아기 방만 22도라고 했음.

적도 출신도 못 견딘다

적도 지역 출신인데도 고문이라 겨울엔 다시는 한국에 안 갈 거라고 적은 사람이 있었음. 밖이 영하 15도라 세 겹에 두꺼운 겨울 재킷을 입고 쇼핑몰에 들어가는데 실내가 그렇게까지 뜨거울 이유는 없다는 거임. 선진국은 다 겨울에 대중교통을 데우지만 한여름 온도까지 올리진 않는다며, 20도만 돼도 괜찮다고 적은 댓글도 같은 줄기였다. 자기만 답답한 줄 알았다는 사람은 버스가 특히 숨 막혀서 장거리는 피한다고 했음.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괜찮아 보이고 타는 내내 패딩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게 신기하다는 말을 붙였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