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식만 찾냐는 글

한국 사는 외국인들이 모이는 레딧 게시판에 올라온 글임. 한국 문화에 푹 빠진 친구가 유튜브 영상을 보내면서 이게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냐고 물었다는 데서 시작함. 한국인 남편과 미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채널 영상인데, 앞부분에 남편 부모가 미국에 와서도 한식만 먹는 장면이 나온다고 함. 다른 음식이 나오면 오늘 점심은 너무 기름졌다는 식으로 불평했다는 거임. 작성자는 한국인 일부가 이런다는 걸 다들 안다면서도, 왜 그러는지는 자기도 설명을 못 하겠다고 적었음. 한국에 살아 본 외국인들은 그러려니 넘기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겐 꽤 충격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반대 상황을 상상해 보라고 했음. 캐나다나 미국 사람이 한국에 오면서 햄버거를 싸 들고 와 가방에서 냉동 패티를 꺼내 굽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냐는 거임.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서 차려 준 음식 대신 자기 핫도그를 꺼내는 걸 상상할 수 있냐고도 물었음. 그런데 한국인은 김치랑 라면을 챙기고 아예 캐리어 하나를 음식에 쓴다는 지적이었다. 현지 음식이 입에 안 맞을 때 곧장 자기 나라 음식으로 돌아가는 문화가 또 있냐고도 물었음. 안 맞으면 다른 걸 시도해 보는 게 더 합리적인 반응 아니냐는 거임. 영상 속 그 어머니가 멕시코 음식이 기름지다고 했는데, 거기는 멕시코도 아니고 온갖 음식이 널린 미국인데 왜 다른 걸 안 먹어 보냐고 적었음.

한국만 그러는 게 아니다

댓글에서 제일 많이 나온 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반박이었음. 영국인은 해외에서 형편없는 자국 음식만 먹고 음식을 챙겨 가는 걸로 악명이 높다는 댓글이 있었다. 컵라면 비슷한 걸 가방째 들고 오는 것도 봤다고 함. 모든 문화가 다 그런다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미국 고객들이 한국 지사에 왔을 때 생새우를 무서워하며 냅킨에 숨겼다는 거임. 미국 친구들도 미국 음식 비슷한 것만 먹고, 삼겹살은 좋아해도 더 현지스러운 건 낯설어한다고 했음. 발리에 사는 서양인들도 서양 음식만 먹는다고 덧붙였고. 미국인은 한국에 햄버거를 싸 올 필요가 없다고 짚은 댓글도 있었음. 그냥 맥도날드에 가면 되기 때문이라는 거임. 홍콩에 사는데 저건 중국 음식도 아니고 역겹다, 맥도날드 어디 있냐는 소리를 듣는다고 적었음. 피렌체에서 유학할 때 미국인 룸메이트 셋이 늘 맥도날드에 가고 영국·미국·아일랜드 펍에서 술을 마셨다는 후기도 있었음. 스페인 학교 여행에서 다른 아이들은 미국 음악 틀고 미국식 음식 파는 바에만 갔고, 자기와 친구만 밖에 나가 현지 음식을 먹었다는 댓글도 있었고. LA에서 자랐는데 여러 민족이 다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음. 미국 백인 아이들이 어느 나라 식당에 가도 맥앤치즈와 치킨너겟, 감자튀김을 시키는 것과 같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아이는 아는 걸 먹고 싶어 하고 부모는 애를 먹이면 되니 실용적인 선택이라는 거임. 반대로 미국은 인구가 다양해서 오히려 뭐든 잘 먹는다고 반박한 댓글도 있었고.

그래도 이건 좀 다르다

그 반박에 다시 선을 그은 댓글도 있었음. 다른 나라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미국인이 식당에서 자기 음식을 꺼내 직원한테 요리해 달라는 건 본 적이 없다는 거임. 다른 각도의 설명도 있었음. 서양 음식은 어디에나 있어서 굳이 햄버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거라는 지적이었다. 반면 괜찮은 김치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음. 그 사람은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며 자기 경험도 붙였음. 파리에 8일 있었는데 나흘째에 버터와 빵을 더는 감당하지 못했다고 함. 빵도 버터도 좋아하는 편인데 그랬다며, 라면과 김치를 챙겨올걸 그랬다고 적었음. 근처 아시아 식당은 죄다 줄이 밖까지 늘어서 있었다고.

밥과 김치 문제

한국인이라며 이유를 길게 적은 댓글도 있었음. 영어가 서툴러 미안하다면서 최대한 설명해 보겠다고 시작했다. 자기와 친구들, 아는 사람 대부분은 여행 가면 새 음식을 먹어 보는 걸 좋아한다고 했음. 한식을 챙기는 건 대개 7일 넘게 가는 여행일 때라는 거임. 진짜 문제는 밥과 김치라고 짚었음. 한국인은 뭘 먹든 밥과 같이 먹고, 고기 구워 먹은 뒤에는 남은 걸로 볶음밥까지 한다고 했음. 밥을 안 먹으면 먹은 것 같지 않다는 사람이 많고, 밥이 기름지고 짠 맛을 눌러 준다는 설명이었다. 매 끼니 김치를 먹어야 한다는 게 거의 본능 같다고 적은 댓글도 있었고. 한국 문화 자체가 음식을 중심으로 돈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잘 지내냐 대신 밥 먹었냐고 묻는 걸 예로 들었다. 자기는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식만 먹고 자라지 않아서 해외에서 굳이 한식을 찾진 않는데, 가족과 친구들은 도착하자마자 한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음. 몸이 진짜로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유는 한 겹이 아닐 거라고 적었음. 매 끼니 라면을 먹겠다는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음. 기름지고 밍밍한 음식에 질려서 맵고 화한 게 그리운 거라는 거임. 그 사람은 한국에 살면서 자기도 가끔 밥을 건너뛴다고 했음. 채소와 국물이 있는 균형 잡힌 식사를 찾기가 어렵고, 빵과 단백질과 지방만으로는 속이 힘들다는 댓글도 있었고. 나이 드니 이해된다며 위와 입맛이 까다로워져서 해외에서 잘못 먹으면 탈이 난다는 사람도 있었음.

세대가 다르다는 얘기

나이 얘기도 여러 번 나왔음. 옛날 한국인은 외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댓글이 있었다. 90년대만 해도 외식이라고 하면 짜장면이었다는 거임. 해외에 사는 사람은 자기가 자란 음식에서 편안함을 느끼니 그냥 두라고 했음. 자기 문화의 노인들도 똑같다며, 젊은 사람들은 다양하게 먹어 봐서 입맛이 넓다는 댓글도 있었고. 나이 든 중국인도 비슷하니 아시아 쪽 특성인가 싶다는 반응도 있었음. 결국 자라면서 다양한 음식을 접했는지의 문제라고 본 댓글도 있었음. 서양 음식은 지방과 기름이 많고 한식은 간장과 양념 위주라 결이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자기는 미국에서 한식을 포함해 다양하게 먹고 자라서 여행 때 한식이 그립진 않다고 했음.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람도 비슷한 말을 했음. 부모님은 해외에 오래 살고 여행도 자주 다녀서 외국 음식을 잘 드시는데, 친구들과 여행하면 그 친구들이 한식을 챙긴다는 거임. 불만은 늘 서양 음식이 너무 짜고 기름지다는 거고, 그때 한국어로 느끼하다는 말을 반복한다고 적었더라.

돈 문제라는 시각

아무도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돈 문제일 수 있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원화가 약해서 항공권과 교통, 숙박만으로도 빠듯한 사람이 많다는 거임. 30유로짜리 2인 저녁을 3,000원으로 바꾸면 여행 경비가 크게 줄어든다고 계산했음. 위안이 되는 음식을 챙기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댓글도 있었음. 한국에서 진짜 미국 도리토스를 못 구한다면 다음에 올 때 가방에 넣어 오지 않겠냐는 거임. 매 끼니 김치나 새콤한 반찬을 먹던 사람이면 외국에서도 입이 그걸 찾는 게 당연하다고 봤음. 그러면서 원글과 영상 만든 사람의 태도가 왜 그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냐고 되물었음.

원글 손을 든 쪽

원글에 동의하는 댓글도 있었음. 다른 나라에서 한식만 먹는 건 솔직히 유치한 반응이라는 거임. 음식도 그 나라의 전통이고 문화인데, 돈과 시간을 들여 갔으면 계속 시도해 보는 게 맞다고 했음. 자기도 비상용으로 라면 한두 개는 챙긴다면서, 1인분이 너무 적을 때나 맵고 뜨거운 게 당길 때를 대비하는 거라고 덧붙였음. 다만 이건 흔한 일이 아니고 노인들 얘기지 젊은 세대는 아니라고 못 박았고. 남편 회사 여행에 따라갔는데 메뉴가 한식이어서, 왜 여기까지 와서 한식을 먹냐고 했다는 댓글도 있었음. 너무 기름지다거나 짜다는 말은 사실 내 입에 안 맞는다는 뜻이라고 짚은 댓글도 있었음. 자기가 먹어 본 가장 짜고 기름진 음식이 한국 라면과 삼겹살인데, 그게 한국에서 제일 사랑받는 음식 아니냐는 거임. 비슷한 지적이 또 있었음. 기름진 걸 따지자면 빈대떡이고 짠 걸 따지자면 김치와 된장찌개라는 얘기였다. 유럽 사람이 한국에 문화를 체험하러 와서 한식은 안 먹고 밥과 찌개에 케첩과 머스터드를 짜 먹는다면 어떻겠냐고 되물은 댓글도 있었음. 그런 여행자를 한국인이 낮잡아 볼 것 같으면 자기 행동도 돌아봐야 하고, 그러려니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정리였음. 목격담도 있었음. 발리의 한 호텔 조식 뷔페에서 나이 든 한국인 부부가 참치캔을 놓고 먹고 있었다는 댓글이 있었다. 장모님께 처음 파스타를 해 드렸더니 집에 가서 김치에 밥을 드셨다는 사람도 있었고. 5학년 학생이 추석 연휴에 파리를 다녀와서 매 끼니 빵만 나오고 밥이 없었다고 불평했다는 교사의 얘기도 있었음. 그 가족은 닷새 중 사흘 저녁을 한식당에서 먹었다고 함. 싱가포르로 간 수학여행에서 매 끼니 한식당이나 중식당에 갔고 올해 호주 수학여행도 똑같았다는 댓글도 있었음.

일반화는 하지 말자

글의 전제 자체를 문제 삼은 댓글도 있었음. 이유 없이 한국인을 깎아내릴 거면 다른 걸 고르라는 거임.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외국 음식을 잘 먹는 편이고, 여행 가서 돈 쓰고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자기 음식 먹는 게 뭐가 나쁘냐고 했음. 오히려 해외에서 한식을 구하려면 품이 더 든다며, 게으르다는 말과는 정반대라고 적었음. 여기엔 법을 안 어긴다는 게 무슨 변론이냐는 반박이 붙었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 자체가 싫다는 댓글도 있었음. 남의 나라 음식을 기본적인 맛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미 평가라고 짚은 댓글도 있었음. 그렇게 부르고 나서 중립적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하겠냐는 거임.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좋지만 2주 넘게 머무는 게 아니면 한두 번이면 합리적이라고 선을 그은 댓글도 있었고. 다들 자기 위안 음식이 있다며, 자기도 한식을 많이 먹다가 결국 라면이랑 타코, 피자를 찾게 됐다는 사람도 있었음. 다만 가방째 싸 오지는 않았다고 웃었고. 모든 한국인이 여행에 라면을 챙기는 건 아니라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한국에 오래 살면서 한식을 잘 안 먹는 서양인도 많이 안다며, 일반화는 오해만 만든다고 했더라.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