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녀와서 던진 질문

서울 관련 레딧 게시판에 올라온 글임. 호주에 사는 인도 사람이 4월 첫째 주에 한국을 다녀왔다고 함. 벚꽃이 굉장했고 음식도 훌륭했으며 뭐든 편하고 효율적으로 느껴졌다고 적었음. 대중교통과 기술, 3D 광고판이나 도시 설계까지 미래에 온 것 같고 잘 짜인 느낌이었다는 거임. 여러 나라를 다녀 봤는데 일본과 한국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음. 그러면서 이상하다고 한 게 하나 있었음. 이렇게 발전했고 활기차고 편한데도 해외에 사는 한국인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며 근무 문화 때문인지, 생활 방식 때문인지, 기회 때문인지 알려 달라고 했음.

하루 200달러 쓰면 어디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댓글은 짧았음. 아무 일도 안 하고 하루 200달러씩 쓰며 놀면 어디든 천국이라는 말이었다. 비슷한 각도의 긴 반박도 있었음. 자기가 작년에 일 때문에 뭄바이 남부와 푸네에 일주일 다녀왔는데, 흔히 떠올리는 인도 이미지와 전혀 달랐다는 거임. 그렇다고 인도 사람들은 왜 그 도시를 두고 다른 나라로 가냐고 물으면 이상하지 않냐고 되물었음. 골라 간 곳에서 보낸 일주일과 기회가 부족한 나라에서 보내는 평생은 다르다는 얘기였다. 사람마다 겪는 게 다르다고 덧붙였고.

한국 물가 논쟁

물가 얘기로 한참 갈렸음. 한국이 아시아에서 싼 편은 아니라는 댓글이 있었다. 그 20%만 써도 잘 논다며 한국은 싸다는 반박이 붙었고. 더 가난하고 물가 싼 나라보다는 급여와 조건이 낫고, 서구와 비교하면 여전히 싼 편이라는 정리도 나왔음. 아주 가난한 나라에서 오면 비싸게 느끼고 서구에서 오면 싸게 느끼는 관점 차이라는 지적도 있었음. 의료와 교통도 훨씬 싸고 월세도 그렇다는 댓글이 있었고. 반대로 미국 달러 들고 올 때만 그렇지 관광객 시점은 왜곡돼 있다는 반박도 나왔음. 여기엔 관광객 시점이 아니라 데이터로 봐도 한국 생활비는 괜찮다는 재반박이 붙었음. 영국에서 온 친구들이 영국에서보다 돈으로 더 많은 걸 하고, 영어 교사도 영국의 비슷한 직업보다 쓸 돈이 많다는 거임. 급여는 낮지만 생활비도 낮아서 평균 급여 대비로 보면 영국보다 앞선다는 계산도 나왔음. 전자제품이 비싼 이유를 짚은 댓글도 있었음. 보증 서비스가 진짜라서 그 값이 제품 가격에 들어 있다는 거임. 보증 기간이면 집까지 와서 봐 주고 고쳐 주거나 바꿔 준다며, 미국식으로 살아온 자기 눈엔 놀랍다고 했음. 일본이 여러 면에서 싼 건 90년대 이후로 경제가 내려가며 물가가 안 올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고. 캐나다는 세금이 높아서 세후 소득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생활비는 두세 배라며, 의료와 인프라는 무너져 있다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서울에서 자란 사람의 답

서울에서 자랐고 지금은 잠시 독일에 산다는 사람의 댓글이 위로 올라왔음.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고 했다. 훌륭한 도시는 유지하는 데 돈이 많이 드는데, 그걸 떠받치는 건 결국 보통 사람들이라는 거임. 인프라도, 일이 처리되는 속도도, 서비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정말 놀랍다고 했음. 다만 여기 살고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개인 생활을 깎아 가면서 이 시스템을 굴리고 있고, 그게 지겨워지는 순간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고 적었음. 한참 내려 보다가 이게 정답이라며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댓글도 붙었고. 결이 다른 답도 있었음. 자기도 20년 넘게 해외에 살았지만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게 아니라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은 자기 성장을 위해 나가고, 한국은 작고 경쟁이 심해서 가진 능력을 다 보여 주기 어렵다는 거임. 같은 실력이면 밖에서 더 인정받고 한국에서 못 배울 걸 배울 수 있다고 믿고 떠난다고 했음. 그 욕구가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적었고. 여기엔 그 마지막 부분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반론이 달렸음. 많은 한국인이 아이한테 학업 압박이 건강하지 않다고 봐서 떠난다는 거임. 아이만 유학 가고 부모는 한국에 남는 경우도 있다는 댓글도 나왔음.

근무 문화와 노동법

근무 문화를 짚은 댓글도 많았음. 근무 문화가 끔찍하고 공기질이 나쁘고 학교는 너무 경쟁적이며 정신건강 얘기를 잘 안 한다고 한꺼번에 나열한 사람이 있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 급이 아니면 근로조건이 나쁘다는 댓글도 있었음. 한국 노동법이 주는 휴가가 15일이고 육아휴직을 쓰면 회사에 흔적이 남는 곳이 많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일본과 대만 노동법도 비슷하게 나쁘다고 덧붙였는데, 여기엔 반박이 붙었음. 일본 노동법이 비슷하다는 데는 동의 못 하겠다는 거임. 요즘은 일본 근로 조건이 훨씬 나쁘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고. 미국인들은 그것도 못 받는다며 유급휴가와 육아휴직이 보장되냐고 웃은 댓글도 있었음. 삼성 복지가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한국어로 단 댓글도 있었음. 다른 대기업보다 훨씬 나아서 다들 거기 가려 한다는 거임. 재벌은 폐쇄적이라 특정 대학 졸업생이나 집안 연줄을 뽑는다는 지적도 있었음. 서구도 그런 면이 있지만 최소한 실력으로 들어갈 기회는 있다고 봤음.

경쟁과 집값

경쟁 얘기도 반복해서 나왔음. 경쟁이 심한 사회고 서구가 삶의 질과 워라밸이 낫다는 댓글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 하거나 더 높은 학위와 수입을 위해 나간다는 거임. 급여가 낮아서 해외 인재를 못 끌어온다는 말도 덧붙였음. 최고가 돼서 서울에 좋은 직장을 잡아야 언젠가 집을 살 수 있을까 말까라는 댓글도 있었고. 그래서 결혼 전까지 부모와 살거나 작은 원룸에 산다면서도, 자기는 한국이 좋아서 언젠가 살 거라고 적었음. 40제곱미터 아파트 월세 내느라 벚꽃 볼 새가 없다고 짧게 받아친 댓글도 있었음. 한국인이라며 길게 적은 댓글도 있었음. 돈이 많으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이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이 그만한 돈이 없다는 거라고 했다. 의식주 중에서 주거를 구하는 게 유독 어렵고, 평범한 직장이면 대출은 필수라는 거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을 갖추기가 어려워서 대부분이 불안을 안고 산다고 적었음. 다들 뭐 하나 느긋한 게 없고 늘 평가받는 느낌이라는 댓글도 있었음. 친구들이 주식이랑 코인, 재테크 얘기만 한다는 거임. 친구와 동료가 얼마나 가졌는지로 서로를 판단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그게 스트레스라는 댓글도 붙었음. 상속세가 기본 50%고 최대주주는 60%까지 올라가서 부자는 떠나는데, 중산층에게는 한국보다 나은 나라가 거의 없어서 남는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아이를 키우는 문제

아이 얘기로 가면 톤이 무거워졌음. 초경쟁 문화고 선진국 중 청년 자살률이 가장 높다며, 놀러 가는 건 좋아하지만 거기서 아이를 키우진 않겠다는 댓글이 있었다. 한국에 산다는 사람은 우울과 자살률이 깊이 걱정된다고 적었음. 10세에서 39세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며, 버스와 지하철에서 자거나 공부하는 사람, 카페에서 자거나 밖에서 취해 있는 사람을 본다고 했음. 사람들 얼굴에 자주 보이는 슬픔과 피로가 마음 아프다며, 자기는 낯선 사람에게 응원 문구를 적은 기프트카드를 준다고 적었더라. 아이 키우기는 좋다는 댓글도 있었음. 안전하고 기술도 좋아서 고등학교 가서 시험 경쟁이 미쳐 돌기 전까지는 괜찮다는 거임. 동아시아 사회는 편리와 순응을 위해 다른 걸 다 내준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 과로로 젊은 사람이 죽는 일이 있고, 최근 한국에서 인기 카페의 젊은 직원이 자다가 숨진 일도 있었다고 적었음. 빠르고 싼 배달이 굴러가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배달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고. 일과 급여가 별로고 학교 시스템이 최악이라 아이 키우기 어렵고 그래서 출산율이 낮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 문제도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왔고. 한중일은 여행은 좋아도 일은 하지 말라며 5년 살아 봤다는 사람도 있었음. 휴가로는 좋은데 일하고 가족을 키우기엔 아니라며, 호주에 살고 방학마다 간다는 댓글도 있었음.

전제부터 틀렸다는 반론

질문의 전제를 흔든 댓글도 있었음. 아직도 많이 떠난다는 게 틀린 말이라는 거임. 해외에 있는 한국인 상당수는 과거에 떠난 사람들과 그 후손이라는 얘기였다. 떠나는 한국인 수는 오히려 줄고 있고 동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흐름이 있다는 댓글도 있었음. 20세기 한국 역사를 아느냐고 되물은 댓글도 있었고. 한국이 아주 최근까지 극빈국이었고, 지금 여행 가는 사람들은 20~30년 사이의 변화 폭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었음. 어릴 때 부모가 호주로 보내서 떠났다는 사람의 얘기도 있었음. 그때는 떠나기 싫었고 한국 학교는 자기한테 쉬웠는데, 갑자기 영어를 하고 서구 문화에 섞이는 게 힘들었다고 함. 그러다 호주의 느긋한 생활이 좋아졌고, 학교는 더 쉬워서 공부를 안 하고 운동하고 음악 하고 TV를 봐도 장학금 받고 대학에 갔다고 적었음. 한국에 남은 친구들은 공부만 하고 있었다고 했고. 반대로 인천공항 가는 길에 울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라는 댓글도 있었음. 올해만 두 번째 서울인데 떠나기 싫다는 거임. 3월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미국의 뭘 봐도 서울에 못 미친다는 사람도 있었고. 서울 녹지 비율이 23.4%, 도쿄가 10.6%라는 2019년 보고서를 들고 온 댓글도 있었음. 레딧이 한국에 적대적일 수 있다고 적은 댓글도 하나 있었음. 한국 사람은 레딧을 잘 안 쓰고 부정적인 서사 상당수는 다른 나라 사람이 만드는 거라며, 공격적인 댓글에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했더라.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