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가 김씨 하나뿐이던 글

레딧 한국 게시판에 옛 친구를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음. 2009년에 한국군 60기계화보병여단에서 같이 지낸 부사관인데 몇 년 뒤 연락이 끊겼다는 얘기임. 아는 사람이 있거나 조언이라도 주면 고맙겠다고 적었다. 정보가 이것뿐이라 미안하다면서도 자긴 희망을 안 버리는 편이라고 썼음. 가진 건 성이 김씨라는 것과 옛날 사진 한 장뿐이었고.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던 사이인데 상대가 계정을 지워서 그마저 끊겼다는 설명이었다. 첫 댓글 중 하나가 이름은 아냐고 물었는데, 김씨는 제일 흔한 성이라 그것만으론 어렵다는 지적이었음.

이름을 찾아낸 방법

판을 바꾼 건 댓글 하나였다. 예전 페이스북은 특정 알림을 이메일로도 보내 줬으니, 옛날 메일함에서 그 알림을 찾아보면 이름이 적혀 있을 거라는 조언이었음. 누가 글을 남겼다는 식의 알림 제목에 이름이 통째로 들어간다는 얘기였다. 작성자는 옛 메시지에서 날짜를 뽑아 그 무렵 메일을 뒤졌고 실제로 이름을 찾아냈다고 알렸음. 천재라는 답글이 줄줄이 붙었고. 한국은 성이 이름 앞에 온다며 표기 순서를 바로잡아 준 댓글도 달렸다. 이 글은 사람 찾기가 목적이라 이름이 공개됐지만, 이미 본인과 연결이 된 사안이라 여기서는 이름을 적지 않았음. 댓글 중엔 훈훈하긴 한데 방금 남의 신상을 인터넷에 다 깐 셈이라고 웃으며 짚은 사람도 있었다.

훈련 시기를 좁힌 사람들

탐색 요령을 정리해 준 댓글도 있었음. 어느 훈련에서 만났는지부터 특정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이 여럿이었는데 항상 연도랑 계절, 훈련 이름부터 잡고 들어간다는 거임. 2009년이고 영어가 되는 사람이었다면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에 대학에 들어갔을 테니 1985년에서 1988년생쯤일 거라는 추정도 붙였고. 다른 댓글은 한미 연합훈련이 1년에 두 번, 8월과 2~3월에 있으니 사진 속 옷차림을 보면 2~3월 쪽에 걸어 보라고 했음. 2009년 봄이면 독수리훈련이었을 거라고 적은 사람도 있었다. 작성자는 여러 훈련에 들어갔던 터라 어느 쪽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영어가 유창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정정했음. 여단이 8사단 소속 맞냐는 확인 질문엔 60기계화보병여단이 맞고 자기가 그 부대와 일하다 친해졌다고 했다. 사진은 상대가 근무하던 곳이 아니라 자기가 있던 곳에서 찍은 거고, 상대 여단은 경기 고양에 있었던 걸로 안다고 덧붙였음.

한국 쪽에서 붙은 도움

한국에서 붙은 댓글이 특히 많았다. 정부가 운영하는 전우 찾기 사이트 주소를 그대로 올려 준 사람이 있었음. 자긴 현역이라 부대 인원 조회를 해 봤다는 댓글도 달렸는데, 언급한 이름으로 일곱 명이 나왔고 군번을 보면 2006년 이전은 세 명이라고 했다. 지금은 야외 훈련 기간이라 더 도와주기 어렵다며 번역기를 써서 어색한 점을 양해해 달라고 적었음. 훈련 끝나면 도와주겠다는 다른 댓글도 있었는데, 부사관은 전역률이 높아 이미 나갔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에선 부사관이 부대를 옮기는 일이 드무니 당시 미군 부대가 아직 그 여단과 일한다면 그쪽에 직접 연락하는 게 빠르겠다는 조언도 나왔음. 한국 남성이 많이 쓰는 커뮤니티에 이 사연을 옮겨 왔다며 링크를 붙인 사람도 있었고. 그 글을 보고 도우려고 레딧에 가입했다는 댓글까지 달렸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한국어로 적은 댓글도 있었음.

잘 안 통한 방법들

안 먹힌 시도도 많았다. 사진을 확대해 명찰을 읽어 보자는 제안이 여러 번 나왔는데, 작성자는 옛날 휴대폰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라 화질이 안 나온다고 답했음. 페이스북에 사정을 설명하고 계정 확인을 요청해 보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프로필 자체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친구 목록이나 좋아요 누른 글로 추적해 보라는 제안엔, 그 형식으로 계속 찾고 있는데 비슷한 프로필이 너무 많아 얼굴이 맞는 사람을 못 찾았다고 했음. 군 쪽에 직접 전화해 볼 수 있냐는 질문엔 한국군이 명부를 잘 보호해서 어렵더라는 답이 돌아갔다. 당시 부대에서 다른 사람과는 연락이 되냐는 물음에는, 자기 포함 미군 세 명이 잠깐 붙어 있었을 뿐이라 다른 연결선이 없다고 적었음.

이틀 만에 닿은 결말

중간에 작성자가 남긴 글이 있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우러 온 게 놀랍고, 설령 못 찾더라도 요즘 세상에 희망을 갖게 됐다는 인사였다. 그 뒤 10분 전에 누가 이 사람을 안다고 연락해 왔고, 한국은 늦은 시간이라 내일 연락해 준다더라는 소식을 올렸음. 실제로 짧게 '나 이 사람 안다'고만 적은 댓글이 스레드에 남아 있다. 작성자가 본문에 붙인 최종 업데이트는 찾았다는 한 줄이었음. 12시간 만에 아는 사람이 나타났고 48시간 만에 통화를 했다고 적었다. 이런 글이 이 게시판에서 보고 싶던 종류라며 다들 얽혀 든 게 좋았다고 쓴 댓글이 붙었고, 왜인지 눈물이 났다고 한 사람도 있었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