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길에 들은 말

미국에 사는 5살 아이 얘기임. 아빠는 백인, 엄마는 한국인이라 집에서 한국어랑 영어를 같이 쓰며 자랐거든. 둘 다 유창하게 한다고 함. 이번 여름에 동네 학교에서 하는 데이캠프에 보냈는데 아이가 엄청 좋아했음. 거기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또래를 우연히 만난 거임. 나이도 같았고. 집 밖에서 한국어 쓸 일이 거의 없던 아이한테는 큰일이었음. 부모 말고 또래랑 한국어로 놀 수 있게 된 거니까. 작성자도 아이가 신나 하는 게 보였다고 적었더라. 그런데 금요일에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지도교사가 다가왔다고 함. 캠프에서는 영어만 쓰게 해달라는 얘기였음. 이유는 두 가지였음. 둘이 한국어로 놀면 다른 아이들이 끼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교사들이 못 알아들으니 나쁜 말을 해도 모른다는 것. 작성자는 속상했다고 함. 이제 막 자신감이 붙었는데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는 거임. 5살짜리 둘이 무슨 나쁜 말을 하겠냐고도 적었음. 이중언어로 키우면 별일이 다 있을 거라 각오는 했는데 이건 생각도 못 했다더라.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쪽

추천을 제일 많이 받은 댓글은 그냥 넘어가지 말라는 쪽이었음. 한국어도 이 아이의 모국어인데 나쁜 말 하려고 쓴다는 전제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거임. 나쁜 말은 영어로 귓속말해도 된다고 적었더라. 윗선에 올려야 할 사안이라고 봤음. 캠프 지도교사가 대학생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음.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아직 모르는 거고, 이런 게 배우는 기회라는 얘기. 캠프 책임자한테 말하면 대개 바로 정리된다고 했음. 책임자한테 가되 교사를 나쁜 사람 취급하지는 말라는 댓글도 붙었음. 딱 이런 오해가 바로잡혀야 하는 종류라는 거임. 다른 언어를 쓰면 자기 얘기를 하는 줄 아는 게 제일 싫다는 댓글도 있었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기회 아니냐고 했음. 이 규칙대로면 정작 그 두 아이가 소외되는 건데 그건 괜찮냐고 되물었더라. 길게 싸울 것 없이 안 하겠다고 정중히 한 줄 답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왔음. 학군에 신고하고 지역 기자한테 알리자는 강경한 댓글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반박이 붙었음. 아이들한테 예의 지키라고 부탁한 걸 뭘 신고하냐는 거임. 과한 대응이라는 답도 달렸고.

다 아는 말을 쓰는 게 예의라는 반박

반대쪽 논리는 예의였음. 미국에 안 산다는 사람이 쓴 댓글이 두 번째로 추천이 많았는데, 여러 언어가 섞인 자리에서는 다들 아는 말을 쓰는 게 기본이라고 배웠다는 거임. 대부분이 못 알아듣는 말로 얘기하는 건 무례하게 보인다고. 대신 자유시간에 친구랑 둘이 놀 때는 뭘 쓰든 상관없다고 했음. 그건 미국에서도 똑같이 예의라는 답이 바로 붙었음. 3개 국어를 하는 이민자라는 사람은 자기라면 안 쓴다고 했음. 소수만 알아듣는 말을 쓰면 남들이 배제당한 기분이 든다는 거임. 그 친구랑은 따로 약속 잡아 놀게 하라고 했더라.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에서 자랐다는 댓글도 비슷했음. 못 알아듣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영어로 돌아가는 게 배운 규칙이었다고 함. 직장 얘기를 꺼낸 사람도 있었음. 라틴계라는 이 사람은 동료가 중국인 상사 앞에서 스페인어를 썼다가 지적받은 걸 봤다고 적었음. 회사가 전 직원한테 메일까지 돌렸다더라. 5살한테는 이르다는 반박에는 이런 답이 달렸음. 두 살짜리한테도 장난감 뺏지 말고 달라고 하라 가르치고 미끄럼틀 순서 기다리라 가르치는데, 이게 왜 다른 얘기냐는 거임.

이중언어 부모들이 갈린 지점

이중언어로 아이 키우는 부모 댓글이 특히 많았는데 결론이 한쪽으로 안 모였음. 6살 아이를 캠프에 보낸다는 부모는 반가움도 알겠다고 먼저 적었음. 그런데 이중언어는 두 언어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언제 뭘 써야 주변에 맞는지 아는 것까지라고 했음. 둘이 따로 얘기할 땐 한국어가 맞고, 못 알아듣는 아이들이 섞인 활동에서는 영어로 바꾸는 게 같이 노는 방법이라는 거임. 5살도 따돌림당하는 기분은 다 안다고 덧붙였고. 이중언어 아이 엄마라는 사람은 자기 본능은 반대라고 솔직히 적었음. 아이가 그 언어 쓸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더 쓰라고 하고 싶다는 거임. 아빠 쪽 가족·문화랑 멀어질까 걱정돼서라고. 그래도 때와 장소는 있다고 했음. 본인도 한국계 혼혈 부모라는 댓글은 글을 다 읽기도 전에 교사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음. 돈 내고 보내는 이유가 여러 아이랑 어울리고 프로그램을 누리라는 건데 그걸 스스로 좁히는 셈이라는 거임. 아랍어와 영어를 같이 쓰는 가정이라는 사람도 비슷했음. 언제 쓸지 아는 것까지가 이중언어라고. 다만 이 캠프를 계속 보내는 게 아이한테 득인지는 따져 보겠다고 적었더라. 같은 한국계 혼혈 아이를 키운다는 다른 댓글은 선을 이렇게 그었음. 둘이 잡담하는 건 아무 상관 없고, 무리 안에서 비밀어처럼 쓰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거임.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한국어는 스페인어처럼 흔하지 않아서 또래랑 연습할 기회 자체가 귀하다는 걸 안다고 했음. 상대 아이의 영어 실력을 아무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음. 그 아이가 영어를 잘 못하는 상황이면 한국어로 말 걸어 주는 게 오히려 그 아이를 끼워 주는 거라는 얘기.

감독하는 쪽 입장

교사 입장에서 쓴 댓글도 여러 개 있었음. 아이들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라면 자기들끼리 뭘 말하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음. 두 명이 계속 귓속말만 하고 있어도 그만하라고 할 텐데 그거랑 비슷하게 본다는 거임. 학교 교사도 캠프 교사도 해봤다는 이중언어 사용자 댓글은 양쪽을 다 적었음. 못 알아듣는 언어를 쓰면 따라가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그래도 학생한테 네 언어 중 하나를 쓰지 말라고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했음. 절충안으로, 둘끼리는 한국어로 하되 다른 아이가 끼면 영어로 옮겨 주게 하고 영어만 쓰는 규칙은 수업 활동에만 적용하자고 제안했더라. 말을 평가해야 하는 자리면 최소한은 알아들어야 한다는 말도 같은 사람이 덧붙였음. 그래도 금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실제로 겪은 일을 적은 댓글이 하나 있었음. 딸 유치원반에 스페인어만 쓰는 여자아이 둘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매일 못생겼다고 했다는 거임. 그 엄마한테 전해 들었고 교사들은 전혀 몰랐다고 함. 마음이 아팠다고 적었더라. 아이들끼리도 하면 안 되는 말을 할 수 있고 교사는 그걸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댓글도 있었음. 감독자가 못 알아듣는 상태 자체가 안전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고. 반대로 교사 일이 불가능해진다는 이유로 교사가 맞다고 딱 잘라 말한 댓글도 있었음.

그때 못 쓰게 해서 잃은 것

어릴 때 자기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댓글이 몇 개 나왔음. 한 사람은 어릴 때 3개 국어를 했는데 학교 교사가 부모한테 영어 말고는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함. 지금은 2개만 한다고 적었음. 그 교사한테 아직도 화가 나고, 모국어만은 지켜 준 부모한테는 고맙다더라. 유치원에서 영어만 쓰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었음. 영어는 금방 늘었고 스페인어는 집에서 계속 썼다고 함. 대학에서는 조교들이 학생들한테 대놓고 중국어로 말하는 걸 봤는데, 다 같이 하는 토론 시간만 아니면 별문제는 아니라고 봤다고 적었음. 미국에서 자라면 부모 억양은 안 물려받고 주변 억양을 따라간다는 댓글도 있었음. 여러 언어를 쓴다고 말이 늦어지지도 않는다고 했음. 이건 아이 언어 교육을 아직 못 정했다는 다른 댓글에 대한 답이었고. 아이가 한국어 쓰는 걸 굳이 꺾지는 말라는 의견도 있었음. 대신 다른 아이들한테 한국어 몇 마디 가르쳐 주게 해보라는 거임. 끼고 싶어 하면 그게 방법 아니냐고 했더라. 비슷하게, 지금 무슨 얘기 중인지 다 같이 나누게 유도하는 게 낫다는 댓글도 나왔음.

작성자가 정한 방향

작성자는 다음 날 아침에 댓글을 확인하고 글을 수정했음. 양쪽 다 확신이 세더라고 적었음. 그러면서 지금은 캠프에서 영어만 쓰는 쪽이 맞다는 의견으로 기울었다고 했음. 사실 아이가 캠프에서 한국어를 언제 얼마나 쓰는지 자기도 잘 모른다고 인정했음. 다만 한국어 못 하는 아이들이 같이 있는 자리면 친구가 옆에 있어도 영어를 쓰는 게 맞다고 정리했음. 그 친구와는 따로 약속을 잡아 놀게 할 생각이라고 함. 아내와 같이 아이한테 차분히 설명하겠다고 적으면서 글을 맺었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