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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의 나의 소원
레딧에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이는 게시판이 있음. 거기 자기 나라 위인이 남긴 말 중에 미래를 내다본 것 같은 게 뭐냐고 묻는 글이 올라왔거든. 글을 연 사람이 먼저 꺼낸 건 김구의 나의 소원이었음.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는 대목임.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이어짐. 부력은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면 되고 강력은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고 했음. 한없이 갖고 싶은 건 높은 문화의 힘 하나라는 말로 끝나거든. 작성자는 한국이 실제로 문화 강국이 됐고 요즘 이 구절이 자주 인용된다고 덧붙였음.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이제는 저희가 무섭습니다 같은 농담이 돈다는 소개도 했더라.
우리가 우리를 무너뜨린다
추천을 크게 받은 답 중 하나는 링컨이었음. 위험이 어디서 오겠냐고 물으면서 시작하는 연설임. 대서양 건너 거인이 와서 한 방에 짓밟는 일은 절대 없다고 했음. 유럽과 아시아의 모든 군대가 와도 천 년 동안 오하이오강 물 한 모금 못 뜨고 블루리지 산줄기에 발자국 하나 못 낸다는 거임. 그러니 파멸이 우리 몫이라면 그 시작과 끝은 우리 자신이라고 했음. 자유인의 나라는 영원히 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로 맺음. 그 시절에도 그랬겠지만 요즘 읽으면 특히 예언처럼 들린다고 붙였더라. 그래서 링컨이 최고라고 맞장구친 댓글도 있었음. 우리는 적을 만났는데 그게 우리였다는 만화 대사를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이 연설을 샘플로 쓴 노래를 좋아한다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그런데 대체 누구한테 한 말이냐고 되물은 사람도 있었다.
적은 밖이 아니라 안이라는 말
같은 결의 말이 여러 나라에서 나왔음.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말을 옮긴 댓글이 둘이나 됐거든. 내 싸움은 외국 압제자를 상대해서 쉬웠지만 너희 싸움은 같은 나라 사람을 상대해야 하니 더 어려울 거라는 내용임. 모든 문제를 악한 압제자한테 미루기는 쉽고, 일부는 우리 몫이라고 인정하기가 어렵다며 이 말을 좋아한다고 쓴 사람도 있었음. 튀르키예 쪽에서는 아타튀르크를 꺼냈음. 요새가 다 넘어가고 군대가 흩어지는 것보다 더 슬프고 무거운 건 권력을 쥔 자들이 잘못되거나 배신자일 수 있다는 대목이라고 짚었더라. 네팔에서는 프리트비 나라얀 샤 왕의 말을 가져왔음. 뇌물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나라의 적이라는 얘기임. 인도 쪽에서는 1953년 영국 방송 인터뷰의 암베드카르를 꺼냈음. 카스트에 묶인 사회 구조가 의회 민주주의와 맞지 않아서 인도에서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는 거임. 필리핀에서는 마누엘 케손이 나왔음. 미국인이 천국처럼 다스리는 나라보다 필리핀 사람이 지옥처럼 다스리는 나라가 낫다는 말인데, 아무리 나빠도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음. 케손이 우리를 너무 믿었다면서도 실제로 바꿔 봤다고 자랑한 댓글이 붙었음.
낙타에서 랜드로버, 다시 낙타로
두바이 통치자 라시드 빈 사이드 알 막툼의 말도 많이 추천받았음.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아버지도 낙타를 탔고 나는 벤츠를 몬다는 얘기임. 아들은 랜드로버를 몰고 그 아들도 랜드로버를 몰겠지만, 그다음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탈 거라는 말로 끝남. 이건 깊은 말이라며 기후 변화 때문에 언젠가 기본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본 댓글이 있었음. 3차 대전 무기는 모르겠지만 4차 대전 무기는 안다는 말도 같이 나왔거든. 그 뒤엔 돌멩이와 몽둥이라는 얘기임. 여기다 4차 대전이라고 제대로 짚어 준 댓글이 붙었음. 인도랑 중국은 핵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몽둥이 싸움으로 갔다고 농담한 사람도 있었고. 핵 대신 정정당당하게 붙자고 하다 보면 그게 결국 올림픽 아니냐고 받은 댓글도 있었다.
유럽과 중국을 내다본 말
프랑스 쪽에서는 유럽 통합을 미리 말한 연설이 올라왔음.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영국, 독일이 저마다 색을 잃지 않은 채 더 높은 하나로 합쳐질 날이 온다는 내용임. 전장이라곤 거래에 열린 시장과 생각에 열린 정신뿐인 날이 온다고 했음. 대포와 폭탄이 투표로 바뀔 거라는 대목도 있었고. 나폴레옹이 먼저 한 말이라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1973년 알랭 페이르피트가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가 떨 것이라고 한 말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음. 지나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는 평이 붙었음. 베르사유 조약을 두고 페르디낭 포슈가 한 말도 나왔음. 라인강 왼편이 빠지면 이건 평화 조약이 아니라 20년짜리 휴전이라는 얘기였다. 캐나다에서는 1860년대 초 토머스 다시 매기의 연설을 꺼냈음. 승리의 술에 취한 공화국에 흡수되는 게 캐나다의 운명이라 보지 않는다는 내용임. 우리 조건으로는 합칠 수 없고 저쪽 조건으로는 합쳐서는 안 된다고 했음.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묻자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답했다는 저우언라이 일화도 올라왔음. 그런데 그건 1968년 프랑스 시위 얘기였는데 잘못 알려진 거라고 짚은 댓글이 붙었다.
정권은 가도 나라는 남는다
인도에서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의 말이 여러 번 올라왔음. 정부는 오고 가고 정당은 만들어졌다 깨지지만 이 나라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임. 민주주의라는 말을 빼먹었다고 지적하며 원문을 더 붙인 댓글도 있었음. 1996년 5월, 13일 만에 총리에서 물러나기 직전에 한 말이라고 적은 사람도 있었고. 에티오피아 쪽에서는 하일레 셀라시에가 나왔음. 모든 아프리카인이 하늘이 보듯 사람들 눈에도 동등한 자유인으로 서서 말하기 전까지 이 대륙에 평화는 없다는 내용임. 브라질에서는 우리시스 기마랑이스가 나왔음. 지금 의회가 나쁜 것 같냐, 다음은 더 나쁘고 그다음은 더 나쁠 거라는 말임. 헌법을 배신하는 자는 조국을 배신하는 자라는 말도 같이 남겼다고 했음. 지우마 호세프의 말을 꺼낸 사람도 있었음. 누가 이기든 지든 승자도 패자도 이기거나 지지 않고 모두가 질 거라는 문장인데, 꼬인 문장 때문에 밈이 됐다가 위기를 두고 다시 읽히게 됐다는 설명이 붙었음. 과테말라에서는 48개 부족 대표 마르틴 톡의 말이 올라왔음. 우리가 거리로 나선다고 화내지 말라고, 시위가 없는 날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굴러가기를 멈춘 날이라는 얘기였다. 캐나다에서는 1967년 피에르 트뤼도의 말도 나왔음. 나라의 침실에 국가가 낄 자리는 없다는 문장임.
미국 정치에서 나온 인용
미국 쪽에서는 린든 존슨의 말이 추천을 많이 받았음. 제일 못한 백인한테 제일 나은 흑인보다 낫다고 믿게 만들면 주머니를 털려도 눈치 못 챈다는 내용임. 내려다볼 상대만 쥐여 주면 알아서 주머니를 비운다고 이어짐. 이건 예언이 아니라 그 사람 시절보다 백 년 앞부터 남부의 전략이었다고 짚은 댓글이 붙었음. 2024년 10월 카멀라 해리스의 발언을 옮긴 댓글도 추천을 크게 받았음. 여기엔 1기 때 조금이라도 보고 있었으면 예언이랄 게 없다고 받은 사람이 있었음. 그렇긴 한데 안 보고 있던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거라는 답도 붙었고. 정치를 스포츠나 영화처럼 취향 문제로 만들어 놓은 게 오래 쌓인 결과라고 본 긴 댓글도 있었음. 9·11 직후 헌터 톰프슨이 남긴 말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음. 위대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면서, 이제 우리는 정체 모를 적과 평생 전쟁 상태로 살게 될 거라는 문장을 옮겼음. 협상 자리에 앉지 못하면 차림표에 오르는 신세라는 짧은 문장이 제일 위에 걸려 있었다.
단두대 앞의 말과 농담들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로 끌려가던 정치인 라수르스의 말도 올라왔음. 나는 사람들이 미쳐 있을 때 죽고 너희는 사람들이 정신을 되찾을 때 죽을 거라는 얘기임. 실제로 그를 보낸 쪽도 2년 뒤에 처형됐다고 적었더라. 스웨덴에서는 셀마 라겔뢰프가 나왔음. 이 학술원에서 늙은 남자들이 나가 주면 그제야 쓸모가 생길지 모른다고 친구에게 쓴 말임. 백 년쯤 뒤 그 학술원이 성폭력 은폐 문제로 흔들렸다는 설명이 붙었음. 집이 방송국이 되고 각자 자기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이자 각본가이자 관객이 될 거라고 한 예언을 옮긴 댓글도 있었음. 영국 대중 4분의 3과 의견이 다른 게 제정신의 첫 조건이라는 오스카 와일드도 나왔고. 넓은 세상은 네 주위에 있고 울타리로 자신을 가둘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밖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는 톨킨 문장도 올라왔음. 가장 어려운 선택에는 가장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타노스를 자기 나라 사람이라고 우긴 농담도 있었음. 미래엔 유머가 무작위로 생성될 거라는 만화 캐릭터 대사를 올린 사람까지 나왔고. 한 이집트 사람은 한국 애니메이터가 만든 이집트 고양이 영상이 세계적으로 터졌을 때 자기 나라가 자랑스러웠다며, 김구 선생님 저희가 자랑스럽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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