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호에서 시작한 문답

질문을 받는 레딧 게시판에 텔아비브에 사는 한국인이 글을 올렸음. 사이렌이 울려서 방공호에 들어와 있는 김에 뭐든 물어보라는 거였다. 제목만 있고 본문은 없어서 내용은 전부 답글에 있음. 왜 거기 사냐는 질문에는 일 때문이라고 답했다. 차이나타운 옆에 자리를 잡은 건 돼지고기가 싸고 아시아 식재료와 소스를 구하기 쉬워서인데, 그건 반쯤 진심이라고 덧붙였음. 그날 저녁으로는 삼겹살 비빔밥에 굴소스로 볶은 청경채를 먹었다고 적었다. 참고로 이 글은 추천이 제일 많은 답이 10표라 표 차이가 크지 않음.

사이렌과 대피 시간

방공호에 있었던 시간을 날짜별로 적어 줬음. 토요일 9시간, 일요일 4시간, 월요일 2시간, 그날은 1시간이었다. 이러다 곧 끝나는 거 아니냐고 스스로 덧붙였고. 토요일 아침이 처음이라 완전히 공황 상태로 깼는데 지금은 짜증 쪽에 가깝다고 했음. 다만 그 밑에 언제든 맞을 수 있다는 감각이 깔려 있다고 적었다. 제일 곤란한 건 볼일 보는 중에 사이렌이 울릴 때고, 몇 시간 전에도 45초 안에 끊고 뛰어야 했다는 얘기였음. 경보에도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쪽에서 오는 건 6분 전에 대피하라는 알림이 먼저 오고 떨어지기 1분 30초 전에 사이렌이 울린다는 거임. 그런데 그날 레바논 쪽에서 온 건 사전 알림 없이 곧장 사이렌이었다고 했다. 이란은 멀지만 레바논은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라 로켓이 2분이면 온다는 설명이었음. 자기 휴대폰에 뜬 알림 화면을 올려 주기도 했다. 댓글에서는 방위 당국 앱을 깔라고 권한 사람도 있었음. 소리가 워낙 커서 자다가 놓칠 일이 없다는 이유였다.

방공호 세 종류

방공호가 어떻게 되어 있냐는 질문에도 답했음. 크게 셋으로 나뉜다고 했다. 공공 방공호는 시 앱이 어디로 가라고 알려 주고 보통 지하 주차장처럼 꽤 넓다는 거임. 건물 방공호는 운에 달렸는데, 뛰어다니다 보면 이쪽이라고 소리쳐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음. 다른 동네는 좀 더 야박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자기 동네는 괜찮다고 했다. 제일 나은 건 집 안에 있는 개인 방공호고 새로 짓는 건물에는 다 들어간다는 설명이었음. 본인은 집 안에 방공호가 있는 조건으로 월세를 600달러 더 낸다고 했다. 대신 그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편히 볼일을 볼 처지는 못 된다고 덧붙였고. 공공 방공호에는 화장실이 있기도 한데 상태가 험할 수 있다고 했음. 자리가 좁다며 건물 방공호에서 안 받아 주려는 경우도 있는데, 휴대폰을 꺼내 녹화하겠다고 하면 대개 물러선다고 적었다. 그러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쪽이라는 얘기였음. 동네에 따라 다르기도 해서 잘사는 동네는 길에서 먼저 들어오라고 부르고 가난한 동네가 곤란하다고 했다. 처음엔 무섭지만 확률을 따지게 되면서 익숙해진다며,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방공호에서 씻고 옷 갈아입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보탠 댓글도 있었음.

동네가 어떻게 됐나

피해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도 나왔음. 인터넷에 가짜 영상이 많이 돌아서 묻는다는 사람이었다. 이틀 전 직격으로 오래된 건물 하나가 무너졌고 거기서 필리핀 국적 여성 한 명이 숨졌다고 답했음. 자기가 다니던 카페도 부서졌다고 했고. 그 밖에 큰 피해는 없고 마트도 카페도 문을 연다고 적었다. 그날 현지 라디오에서 그 여성을 기억하는 가족의 인터뷰를 들었다며 안타까워한 댓글도 있었음. 폭발음이 들리냐는 질문에는 요격체가 올라갈 때는 둔한 진동이 이어질 뿐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틀 전 직격 때는 건물이 흔들렸다고 했음.

텔아비브에 왜 차이나타운이

차이나타운이 왜 거기 있냐는 질문이 여럿이었음. 건설 공사를 중국 회사들이 맡으면서 인력을 자기 나라에서 데려오는데, 그 사람들이 고향 음식을 찾고 장을 보려 하니 자연히 상권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중앙 버스터미널 주변을 현지인들이 꺼려서 그 북쪽이 차이나타운과 필리핀 가게가 섞인 구역이 됐고, 서쪽은 에티오피아 쪽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고 했음. 주말이면 그 일대가 칭다오 맥주를 마시는 중국 남성들로 가득 찬다고 적었다. 자기도 그 근처에 살았는데 어디를 말하는 거냐고 되물은 댓글도 있었고, 그러자 거리 이름까지 짚어 줬음. 지금은 공사가 멈춰서 하루 200달러를 받던 중국 건설 노동자들이 일이 없어 곤란하다고 했다. 다만 이런 때 임금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기도 모른다고 덧붙였음. 필리핀이나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처지를 두고도 댓글이 오갔는데, 근거 없이 들은 얘기라고 스스로 밝힌 것들이라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그 밖의 질문들

생활 쪽 질문도 있었음. 유대인이 아니면 불편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오자, 자기는 유대인인데 기독교인이라고 달리 보지는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있었다. 다만 유대인과 결혼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덧붙였음. 방공호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을 올려 달라는 요청, 히브리어는 좀 늘었냐는 질문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어떻게 보냐고 물은 댓글도 있었는데 답은 안 달렸음. 한국은 분쟁이 없는 중립국 아니냐고 쓴 댓글에는 북한이 가끔 미사일을 쏜다는 지적이 붙었고, 글쓴이도 살면서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고 답했다. 근처에서 파티가 열린다며 잘 버티라고 인사한 뒤 고추장을 싸게 살 수 있는 데를 아느냐고 물은 댓글도 있었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