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6년 뒤의 서울

레딧 한국 거주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임. 작성자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인데 독일에서 6년을 살다 돌아왔다고 함. 돌아오니 이상하게 낯설었다는 얘기임. 크게 네 가지를 적었음. 독일은 어디서나 거리를 두는데 한국은 부딪혀도 아무도 움찔하지 않아서 다시 적응하는 데 한참 걸렸다는 것. 독일 사람은 차가워 보여도 직설적이고 한국 사람은 따뜻한데 돌려 말한다는 것. 밥 나오는 속도, 서비스, 대화 템포까지 다 빠르다는 것. 마지막이 성인이 돼서 친구 사귀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거였음. 가장 많이 추천받은 축에 든 댓글은 이 현상에 이름이 있다고 알려 줬음. 역문화충격이라는 거다. 처음 겪는 문화충격보다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말이 뒤에 붙었거든. 집은 집처럼 느껴질 거라고 기대하고 가니까 그렇다는 설명이었음. 오래 밖에 살면 완전한 현지인으로는 못 돌아온다고 정리한 사람도 있더라. 귀국자들이 다른 귀국자나 자국에 사는 외국인과 더 잘 맞는 게 꽤 알려진 현상이라는 얘기였음. 밖에서 산 경험 때문에 현지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걸 계속 의심하게 된다는 거임.

다섯 살 차이와 아저씨

친구 얘기에 반응이 제일 몰렸음. 4년째 여기 살면서 친구를 한 명도 못 만들었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댓글이 있었거든. 독일에선 학생이면 열여덟이든 마흔이든 그냥 같이 어울렸는데, 여기선 '나보다 다섯 살 많네, 아저씨' 소리가 나오는 순간 거리가 생긴다고 했음. 런던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한국인도 같은 말을 했음. 런던에선 누구와도 친구가 됐는데 돌아오니 위계가 있어서 결국 집돌이가 됐다더라. 독일에서 8년 자란 뒤 한국에 2년 산 미국인은 거의 다 공감한다면서, 자기는 한국인 친구를 못 만들었다고 적었음.

외국인끼리는 쉽다

이건 나라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음. 대학을 졸업하고 특히 서른이 넘으면 친구 사귀기는 어디서나 외로운 과제라는 거임. 스물다섯인데 대학 밖에서 서른에서 마흔다섯 사이 친구들과 자주 논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고. 다만 유학생이나 외국인끼리 친해지는 것과 현지인과 친해지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지적이 여러 건 붙었음. 공유하는 맥락이 있으면 쉽고, 현지인과는 직장이나 취미처럼 특정한 환경이 있어야 한다는 거임. 외국인은 드라마와 케이팝 때문에 한국인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선 다른 한국인이 새로울 게 없다고 농담한 댓글도 있었다.

스몰토크의 반대 방향

스몰토크는 정반대 경험이 쏟아졌음.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간 사람은 가장 큰 역문화충격이 스몰토크였다고 함. 동네에서 낯선 사람이 말을 거는 게 너무 어색했다는 거임. 한국에선 다들 남 신경을 안 써서 오히려 편했다고 하더라. 한국의 '남 일에 참견 안 하기'가 존중처럼 느껴졌다는 댓글이 여럿 붙었음. 반대로 그게 매년 더 힘들어진다는 사람도 있더라. 영국이 따뜻한 곳은 아닌데도 더 공동체 같고, 한국은 어르신들한테는 그게 남아 있지만 젊은 세대는 낯선 사람과 인사하는 것조차 불안해하는 것 같다는 관찰이었음. 스몰토크가 사소해 보여도 공동체를 만든다는 반박도 있었고, 화면만 보느라 사람과 말하는 능력을 잃는 거라는 진단도 나왔다.

문 잡아주기와 에어컨

독일과 한국을 둘 다 살아 본 사람이 쓴 댓글이 눈에 띄었음. 한국에서 아무도 뒷사람 문을 안 잡아 줘서 놀랐다는 거임. 처음엔 무례하게 느껴졌는데 나중엔 받아들였다고 함. 효율 얘기도 같이 나왔다. 문을 열어 두고 에어컨을 왜 트는지, 공기청정기를 켜 놓고 창문을 왜 여는지 모르겠다는 거였음. 문제와 해결책을 알아도 윗사람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도 답답하다고 적었는데, 본인이 직장 특유의 일일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아 뒀거든. 답글에서도 문 열고 에어컨 트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맞장구쳤음. 다만 위계 쪽은 젊은 회사들에서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했고, 문 잡아주기는 몇 달 지나니까 신경도 안 쓰게 됐다더라.

빨리빨리의 두 얼굴

빨리빨리에는 단서가 붙었음. 서비스는 확실히 빠른데 길에서 걷는 사람들은 엄청 느리다는 거임. 에스컬레이터 앞이나 길 한가운데 멈춰 서는 걸 예로 들었다. 스마트폰 보면서 걸으니까 더하다는 댓글도 있었고. 빨리빨리는 효율이라기보다 조급함과 움직임에 가깝고, 절차 품질은 독일이 낫고 배달 속도는 한국이 낫다고 정리한 사람도 있었음. 자정에 주문해서 30분 만에 받는 게 여기선 그냥 보통이라는 거다. 서울에서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가만히 서 있으면 눈총을 받는다는 경험담도 붙었음.

미국으로 돌아간 쪽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간 사람들 얘기는 서로 정반대였음. 한 사람은 미국이 지옥이라더라. 의료, 대도시 밖 대중교통, 물가, 음식 질까지 다 별로고 유럽이나 한국처럼 효율적이지 않다는 거임. 한국에서 사람들이 부딪히고 줄 사이를 파고드는 건 짜증났지만 그것과 대기오염이 미국보다 낫다고 했음. 한국에선 거의 부담 없이 병원에 갔다가 의료비를 걱정하게 되는 게 충격이었다는 댓글도 붙었다. 반대로 한국 2년 반, 호주 2년을 살고 미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다신 떠나기 싫다고 적었음. 캘리포니아라 해변과 날씨가 좋고 음식 종류도 많다는 거임. 돈은 없지만 건강보험 되는 직장을 찾는 중이고, 한국은 문화적으로 안 맞아서 빨리 나오고 싶었다더라.

서울과 뮌헨의 밀도

독일이 얼마나 붐볐냐고 물은 댓글에는 유령도시 같았다는 답이 달렸음. 독일에서 제일 바쁜 축인 뮌헨도 서울에 비하면 훨씬 널널하고, 돌아오면 밀도 차이가 확 느껴진다는 거였다. 미의 기준과 분리수거를 물은 사람도 있었는데 한국이 외모에 훨씬 신경 쓰고 스킨케어는 거의 필수 취급이라는 답이 붙었음. 독일 음식 얘기로 새서 길게 다툰 흐름도 있었다. 한식은 한국에서 훨씬 낫지만 다른 나라 음식은 더 비싸고 별로라는 주장에, 독일 빵과 케이크 종류를 줄줄이 나열한 반박이 붙었거든. 결국 서로 인신공격까지 갔음. 1997년에 김포에서 외국인 한 명으로 1년을 버텼다는 옛날 얘기를 꺼낸 사람은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외로움 경쟁에 트로피 같은 건 없다고.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