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하자고 올린 글

필리핀 커뮤니티에 화가 잔뜩 실린 글이 하나 올라왔음. 한국 업소가 동남아 사람, 특히 필리핀 사람을 들이지 않는 게 얼마나 흔한지 다룬 틱톡 영상을 봤다는 거임. 필리핀 사람이 그렇게 한국에 가고 그 나라 음식과 문화를 소비하는데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짜증 난다고 적었음. 피부색을 따진다는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아예 입장을 막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봤음. 그래서 케이팝, 드라마, 한국 음식, 스킨케어, 화장품까지 더 많은 사람이 안 샀으면 좋겠다고 했음. 우리를 내려다보는 쪽이 우리한테 돈을 벌어선 안 된다는 게 글 마지막 줄이었음.

문 앞에서 돌아선 얘기

직접 겪었다는 댓글이 여럿 붙었음. 한 사람은 문 앞을 지키던 직원이 일본인이냐고 물었다고 했음. 친구랑 자기가 일본 사람으로 오해받는 일이 잦았다는 거임. 필리핀에서 왔다고 하자 안 된다는 말이 돌아왔고, 그냥 돌아섰다고 적었음. 같은 댓글에서 나이 문제도 있다고 했음. 어떤 바는 아줌마로 보이면 못 들어간다는 거임. 자기는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편인데도 옷차림이 유행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막혔다고 했음. 팜팡가에서 겪었다는 사람도 있었음. 한국 식당들이 자리가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한국 손님만 받고 있었다는 거임. 호주에서 자주 온다는 사람은 앙헬레스에서 같은 걸 봤다고 적었음. 현지 친구들과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 갔을 때 그랬다는 거고.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을 적은 댓글도 있었음. 식당에 필리핀 사람은 자기들뿐이었는데 옆자리 한국인 부부가 뭔가 말한 것 같았다고. 신경 쓰이던 친구가 집에 와서 알아들은 단어를 검색해 봤더니 냄새라는 뜻이었다는 거임. 남의 나라에 와서까지 남 얘기를 하고 있으니 삶이 지루한가 보다고 적었음. 이게 처음도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음. 몇 년 전에도 한국 식당과 노래방에 필리핀 사람 출입을 막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는 거임.

비자는 풀고

제일 짧고 많이 추천받은 축은 비자 얘기였음. 관광객을 늘리겠다고 비자 조건까지 낮췄으면서, 정작 낮춰야 할 건 차별 아니냐는 거임. 필리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정리도 있었음. 몇 달 전 소셜미디어에서 붙었던 싸움도 동남아 전체 대 한국 구도였다는 거임. 동남아 사람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말이 그 판에서 나왔고. 동남아 사람을 공장 노동자나 자기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뭉뚱그린다는 지적이 제일 위에 있었음. 가난하고 저임금 노동자로만 본다는 거임. 6·25 때 필리핀 군인이 도우러 갔던 나라라는 말이 두 군데에서 나왔음. 그런데 지금 이런 대접이냐는 얘기임. 예전에 한국 사람이 필리핀 국기를 훼손하는 걸 찍어 올린 일까지 끌어온 댓글도 있었음. 그때부터 새로운 게 아니라는 거고. 결국 우리 나라 경제 사정 얘기라고 본 사람도 있었음. 가사 도우미나 보모로만 그려지니 동등하게 안 본다는 거임.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고 덧붙였음. 싱가포르 빼고는 동남아 어디든 내려다본다고 적은 댓글도 있었고.

또 이 얘기냐

결이 다른 흐름도 컸음. 이 소재가 너무 닳았다는 거임. 작년에도 그 몇 년 전에도 반복된 얘기고 새로울 게 없다는 댓글이 여럿이었음. 대체 몇 번째냐고 받은 답도 있었고. 제일 날카로웠던 건 두 가지를 같이 인정한 댓글이었음. 한쪽으로는 차별이 실제로 있는 게 맞다고 했음. 다른 한쪽으로는 외국 인플루언서들이 이 건으로 조회수를 뽑아먹고 있다고 봤음. 필리핀 시청자에게서 반응이 잘 나오니까 그렇다는 거임. 레딧에서만 벌써 네 번째로 그 안내문에 반응하는 외국 크리에이터를 봤다는 댓글도 있었음. 틱톡과 유튜브에는 훨씬 많을 거라고 적었더라. 필리핀 사람들이 외국인의 인정에 목말라 있어서 그렇다는 지적도 나왔음. 우리 예술가들도 국내에선 밀려나 있다가 밖에서 크고 나서야 다들 달려든다며 이름을 여럿 댔음. 차리스, 빌리 크로퍼드, 돌리 데 레온, 아넬 피네다, 카를로스 율로 같은 사람들임. 다른 나라 게시판에 가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것도 그 버릇이라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그렇게 굽신거려 놓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비꼰 사람도 있었고.

불매가 답이냐

불매하자는 제안에는 반대가 꽤 붙었음. 케이팝과 드라마를 끊자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짚은 댓글이 있었음. 가수나 작가가 작품이나 음악에서 차별을 밀지는 않는다는 거임. 실제로 그런 활동이나 메시지가 보이면 그때 끊자는 얘기였음. 불매하자고 제일 먼저 외치는 사람들이 정작 소비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음. 착한 척하는 게 그 사람들 성격이 됐다고 적었음. 필리핀 음악을 끊자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되물은 댓글도 있었음. 중간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거임. 반대로 한국 매체와 문화, 음식을 다 끊자는 쪽도 있었음. 우리를 아래로 보는 나라를 대놓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게 한심하다고 적었음. 어차피 사이 나쁜 일본 쪽을 밀어 주는 게 더 낫겠다는 농담도 나왔음. 여기엔 일본도 차별을 하는데 숨기는 게 다를 뿐이라는 답이 붙었음. 한쪽은 대놓고 하고 한쪽은 뒤에서 한다는 비교였고, 그래도 관광지는 일본이 낫다고 덧붙였더라. 케이팝과 드라마 때문에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마음이 접혔다는 댓글도 있었음. 이제는 일본에 가겠다는 거임.

우리도 돌아보자는 쪽

자기 쪽을 먼저 짚은 댓글도 있었음. 차별 대상에 들어가는 걸 받아들인다는 거임. 필리핀 사람 중에도 예의를 배워야 할 사람이 많다는 얘기였음. 다만 시끄럽고 무례하다고 해서 차별이 정당해지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음. 문제는 대부분이 온라인에서만 따지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짚지 못한다는 거라고 봤음. 자기도 조금은 해 봤지만 더 해야 한다고 적었음. 이런 흐름을 미리 막으려 한 댓글도 있었음. 필리핀 사람이 원래 시끄러우니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잘난 척하는 댓글이 꼭 나올 거라는 거임. 결국 네가 스스로를 아무리 괜찮게 봐도 그 차별에는 같이 휩쓸린다고 적었음. 동남아끼리 서로 놀리는 건 우리 사이의 일이라고 정리한 댓글도 있었음. 우리끼린 괴롭혀도 되지만 밖에서 건드리면 다 같이 달려든다는 거고, 싱가포르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예외라고 농담을 붙였음. 자기 나라 안에서 특정 집단을 안 받는 건 그쪽 권리라고 본 댓글도 있었음. 필리핀에도 이스라엘 사람을 대놓고 안 받는 곳이 있다는 거임.

그 말싸움의 성격

소셜미디어에서 붙었던 판을 어떻게 볼지도 갈렸음. 그건 차별 대 차별이었다고 정리한 댓글이 있었음. 악 대 어둠인데 국가 단위로 붙은 셈이라고 적었더라. 동남아 안에서는 원래 서로 인종 농담을 주고받는 게 경기 종목 같은 거라고 웃은 댓글도 있었음. 그 싸움을 너무 진지하게 본다는 지적도 나왔음. 동남아 쪽은 이기거나 옳음을 증명하려고 붙는 게 아니라 그냥 약 올리고 재미 보려는 거라는 얘기임. 다만 자기가 보기엔 동남아가 던지는 건 사실이고 한국 쪽이 던지는 건 인신공격이라고 적었는데, 그 사람 판단임. 시작한 쪽도 한국이라고 봤고. 때로는 같은 방식으로 되받아야 한다는 댓글도 있었음. 말로 정신 차리게 할 수 없으면 그냥 같이 부수라는 거임. 예전 사건을 꺼낸 사람도 있었음. 쿠알라룸푸르 공연에 망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일로 동남아 전체가 화났던 적이 있다는 거임. 게임 쪽에서 농담 하나 때문에 서양 이용자를 크게 잃은 일도 최악의 사례로 꼽았음.

한국 친구가 있는 사람 얘기

결이 완전히 다른 댓글도 하나 있었음. 마닐라 안에 있는 한국계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사람임. 거기 다니던 애들 대부분이 선교사 가정 아이들이었다고 했음. 교회가 필리핀으로 보내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영어와 타갈로그어를 배우게 한 거라는 얘기임. 다들 착했다고 적었음. 엄하고 직설적인 애들도 있었지만 악의는 없었다는 거고, 그때 사귄 한국 친구들과 15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한다고 했음. 그런데 그 친구들조차 한국 사람이 정말 차별이 심하고 우월감이 세다는 걸 인정하더라는 거임. 학교에서부터 그렇게 배운다는 게 그 사람들 설명이었다고 적었음.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차별을 못 하더라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같은 아시아 사람에게 오히려 잘해 준다는 거임. 여기엔 다양한 사람들 속에 놓여 봤기 때문 아니겠냐는 답이 붙었음. 본국에 있으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지내서 접할 기회가 적다는 얘기였음. 세대 차이 얘기도 나왔음. 나이 든 쪽이 더 세게 나온다는 지적이 있었고, 젊은 세대도 다르지 않다는 반박이 바로 붙었음. 마지막으로 다른 결의 댓글이 하나 있었음.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필리핀의 피플 파워 혁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거임. 한국은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고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봤음. 최근 어떤 커피 회사 대표가 그 항쟁의 희생을 가볍게 다뤘다가 물러난 일을 그 근거로 들었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