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 던진 질문

세계 각국 사람이 모이는 게시판에 한국에서 쓴 질문이 하나 올라왔음. 실제로는 종교인데 아니라고 우기는 문화가 너희 나라에도 있냐는 거임. 예로 든 건 자기 나라였음. 유교 영향을 크게 받아서 명절마다 조상과 돌아가신 가족을 위해 상을 차리는데, 정작 본인들은 종교가 없다고 한다는 얘기임. 종교가 아니라 문화이고 관습이라고 말한다는 거고. 일본의 신토도 마찬가지라고 봤음. 상 차리는 법이나 절차가 웬만한 종교 의식만큼 복잡한데 이게 정말 종교가 아닌지 늘 의문이었다고 적었음.

일본에서 온 답

일본 사람 답이 여러 개 붙었음. 자기들도 딱히 종교적인 나라가 아닌데 새해에는 신사에 가서 참배한다는 거임. 장례에는 승려를 부르고, 길 가다 신사가 보이면 들어가서 기도한다고 했음.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크리스마스는 신나게 챙긴다고 적었음. 스스로는 무교라고 말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보면 놀랄 만큼 독실해 보일 거라는 게 그 사람 정리였음. 대학 일본어 선생님한테 들었다는 말도 나왔음. 일본에서는 신토로 태어나 기독교식으로 결혼하고 불교로 죽는다는 얘기임. 태어날 때는 신토가 기본값이고, 결혼은 큰 드레스 같은 게 좋아서 교회에서 하고, 죽음이 가까워지면 다시 태어나길 바라며 불교 쪽으로 간다는 설명이었음. 다만 얼마나 맞는 말인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덧붙였고. 실제로 그렇다는 답이 밑에 붙었음. 할머니 장례는 불교식이었고 부모님은 교회에서 결혼했다는 거임. 아버지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람도 물었음. 일본 사람 대부분은 무교인데 왜 인터넷에는 일본이 신토라고 나오냐는 거임. 신사에서 기도하고 새해 참배를 가면 신토를 믿는 게 되냐고 물었음. 교회에서 기도하는 사람을 기독교인으로 친다면 그것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답이 왔음. 한편으로는 원글이 틀렸다는 지적도 있었음. 신토가 종교라는 건 일본에서 다 아는 사실이고, 다만 아무도 열심히 믿지 않을 뿐이라는 거임. 불교도 마찬가지로 전통 삼아 몇 가지 의식만 따라간다는 얘기였음. 신토를 관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본에 없다고 다시 못 박은 답도 붙었음. 크리스마스에 치킨을 먹는 건 기업이 한 나라에 심어 놓은 브랜딩 중 최고라고 웃은 댓글도 있었고.

조상 챙기는 건 여기도

제일 많이 추천받은 답 중 하나는 필리핀에서 왔음. 돌아가신 가족을 위해 집에 작은 제단을 두고 음식과 마실 것을 올려 둔다는 거임. 무덤에 가서도 똑같이 한다고 했음. 그러면서 자기들은 주로 가톨릭이라고 적었더라. 이상할 게 없다는 답이 붙었음. 멕시코를 비롯해 가톨릭 문화권이 다 비슷하다는 거임. 그럼 죽은 자의 날은 어디에 들어가냐는 물음도 나왔음. 답한 사람은 11월 2일에 무덤을 찾아가 음식과 마실 것을 놓고 온다고 했음. 같은 기간에 집에도 제단을 차리는데, 자기처럼 일 년 내내 두는 사람도 많다고 적었음. 같은 사람이 하나 덧붙였음. 사람들이 분장하고 거리를 걸으며 크게 노는 건 원래 없던 거라는 얘기임. 어떤 007 영화에 죽은 자의 날 행렬이 나온 뒤에 생긴 모습이라고 했음. 기독교 달력으로 보면 그 시기가 만성절 무렵이라 원래 죽은 이를 기억하는 때라는 설명도 붙었음. 가톨릭이 원래 있던 믿음을 흡수할 때 신들을 성인으로 바꿔 넣는 식으로 했다는 지적도 나왔음. 어디서나 그랬다는 거임. 한국 얘기로 돌아온 댓글도 있었음. 이 문화는 유교보다 더 오래됐고 뿌리가 옛 무속에 있다는 거임. 애니미즘 시절에 남은 조각이라고 짧게 적은 사람도 있었고. 중국 민간 신앙을 검색해 보라고 권한 댓글도 있었음.

습관으로 남은 교회

핀란드에서도 비슷하다는 답이 왔음.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가고 아이들은 대부분 세례를 받는다는 거임. 결혼도 종교 의식으로 하고, 다들 교회 묘지에 묻히길 바란다고 했음. 위키백과 기준으로 핀란드인의 62%가 루터교라고 적혀 있다더라. 그런데 현실에서는 방금 말한 관습이 평생 교회와 닿는 전부라는 거임. 핀란드어에는 습관으로 다니는 기독교인을 가리키는 단어가 따로 있다고 했음. 공식 숫자가 높게 나오는 건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남아 있어야 그런 예식을 쓸 수 있어서라는 설명도 붙었고. 루마니아에서도 교회 결혼식은 신앙과 상관없이 그냥 하는 일이라는 답이 왔음. 장례도 종교 의식으로 치른다고 했음. 부활절에는 온 식구가 교회에 간다는 얘기도 있었음. 예식에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자정에 가서 다른 사람이나 신부에게서 초에 불을 옮겨 받고, 그 불을 켠 채로 집까지 걸어온다는 거임. 재미있다고 적었더라.

마녀와 드루이드

영국 쪽에서 온 답이 눈에 띄었음. 영국 태생 국민의 21%가 마녀가 진짜 있다고 믿는다는 거임. 조상들의 게일 전통과 바로 이어지는 얘기라고 봤음. 밑에 놀란 답이 붙었음. 그 사람들이 어디 있냐고, 자기가 살면서 만난 건 마녀 비슷한 사람 두엇이었고 그마저도 그냥 우울한 취향의 여자애들이었다는 거임. 나라 전체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자기도 믿기지 않아서 찾아봤는데 무시 못 할 비율이더라는 답도 왔음. 드루이드를 만난 적이 있으니 마녀도 있는 거 아니겠냐고 받은 댓글도 있었음. 몇 년 전 하지 무렵 스톤헨지에 갔더니 드루이드들이 실제로 의식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붙었음. 돌 사이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게 신기했다고 적었음. 연구자라고 밝힌 사람은 더 길게 풀었음. 영국 성공회에는 켈트와 앵글로색슨의 과거가 유난히 오래 남아 있다는 거임. 20세기 초까지도 영국에는 마법을 부리면서 동시에 기독교인이던 사람이 수천 명 있었다고 했음. 위카도 영국에서 나왔고 요즘 이교 신앙은 사실상 영국이 수출한 거라고 봤음. 서사시 베오울프 자체가 기독교와 이교 전통을 어떻게 화해시킬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적었음. 용어를 바로잡은 댓글도 있었음. 스코틀랜드에 게일 계통이 있는 건 맞지만 브리튼 섬은 전통적으로 브리튼계 쪽이 더 많았다는 거임. 게일계는 아일랜드에 기반을 뒀고, 6세기에 스코틀랜드 서쪽과 북쪽으로 들어와 왕국을 세우면서 그쪽 언어가 남았다는 설명이었음.

종교를 뭐라고 부를 것인가

정의부터 따지자는 흐름도 있었음. 종교라는 말 자체가 아브라함 계열 신앙에서 나온 물건이라고 본 댓글이었음. 그 사람이 꼽은 조건은 다섯 개였음. 떠받들어지는 창시자가 있고, 따라야 할 고정된 교리가 있고,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이 정해져 있고, 믿지 않는 바깥 사람이라는 개념이 있고, 피할 수 없는 의무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거임. 그 밖은 영적인 믿음 체계이지 종교는 아니라고 봤음. 반박이 바로 붙었음. 몇 백 년 전에 종교를 어떻게 설명했는지에 왜 그렇게 매달리냐는 거임. 종교는 정의하기가 몹시 어렵다면서 한 인류학자의 정의를 가져왔음. 상징들의 체계가 사람 안에 강하고 오래가는 기분과 동기를 심고, 존재의 질서에 대한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에 사실처럼 보이는 기운을 입혀서 그 기분과 동기가 유난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었음. 짧게 끊은 댓글도 있었음. 종교 없는 사람은 기도를 안 한다는 거임. 동아시아 쪽이 종교를 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 생기는 차이 같다고 본 사람도 있었음. 인도에서 온 답도 있었음. 종교가 아니라고 우기는 문화는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워낙 문화가 많아서 전부를 대변할 수는 없다고 적었음. 문화적 무슬림을 본 적 있냐고 되물은 댓글도 붙었음. 딱히 지키지도 않고 어쩌면 믿지도 않는데 이슬람 문화권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 말임. 어차피 대부분의 종교가 그렇다고 웃은 댓글도 있었음. 기독교인이 옷감 섞어 입는 걸 걱정하겠냐는 거였고.

종교 아니라던 것들

질문을 농담 쪽으로 받은 답이 제일 많이 추천받았음. 크로스핏이랑 모든 다단계라는 한 줄이었음. 다단계는 금융 사이비라고 받은 답이 붙었음. 더 나쁜 건 피라미드라는 지적도 나왔음. 물건을 팔게 하는 사실상 공짜 노동인데, 경제적 자유와 소속감을 미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거임. 돈을 버는 방법은 내 밑에 사람을 충분히 깔아 두는 것뿐이고, 친구와 가족을 잃기 딱 좋은 방식이라고 적었음. 특정 여행 판매 조직의 구호 사진을 올린 댓글도 있었음. 그걸로 정말 많은 사람이 털렸다는 얘기였고, 그게 뭐냐, 회원권 같은 거냐고 묻는 답이 달렸음. 암호화폐랑 점성술을 꼽은 댓글도 있었음. 대마초를 만능 식물처럼 떠받드는 것도 그렇다고 했고. 리눅스 배포판 하나를 적어 놓은 댓글에는, 우리 주 리누스 토르발스에 대해 잠깐 얘기할 시간 있냐는 답이 붙었음. 종교 전도 문구를 그대로 흉내 낸 농담임. 평평한 지구 학회를 꼽은 사람도 있었음. 이상하게도 실제 사이비처럼 굴러간다는 거임. 지도자들이 자기 믿음에 안 맞는 증거는 다 무시하라고 하고, 같은 생각이 아닌 친구와 가족은 끊으라고 부추긴다는 얘기였음. 교리를 의심하면 사회적 관계를 통째로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적었음. 축구 팬, 하키 팬, 크리켓을 꼽은 댓글도 줄줄이 나왔음. 크리켓을 적은 사람은 자기가 농담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음. 미국 추수감사절도 늘 그렇게 느껴졌다는 댓글도 있었고. 미국의 한 정치 집단을 꼽은 답도 많이 추천받았음. 중심에 인물 하나를 두고 돌아가니 사이비든 종교든 다를 게 없다는 거임.

그건 문화라는 반론

모르몬교를 꺼낸 댓글에서 갈래가 하나 더 났음. 자기들은 기독교의 한 갈래라고 여기는데 다른 기독교인 대부분은 별개 종교로 본다는 거임. 요즘은 종교라기보다 회사에 가깝게 느껴진다고 적은 답도 붙었음. 질문을 잘못 읽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왔음. 모르몬교는 종교라는 걸 문화 뒤에 숨기고 있지 않다는 거임. 그건 종파나 종교이지 문화가 아니라는 답도 달렸고. 여기에 나름의 설명이 붙었음. 모르몬으로 산다는 것에는 교리가 아니라 역사와 함께 겪은 경험에서 나온 부분이 있다는 거임. 교회를 떠난 사람이나 그 배경을 가진 사람도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온 관습을 그대로 지니고 산다고 봤음. 원글에 대한 짧은 반론도 하나 있었음. 그건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거지 종교와는 다르다는 거임. 마지막으로 자기 아버지 얘기를 꺼낸 댓글이 있었음. 불교 신자였던 아버지는 그걸 늘 삶의 방식이라고 불렀다는 거임. 가톨릭인 어머니가 아이들을 미사에 데려가면 같이 가긴 했는데 성체는 받지 않았다고 했음. 아이들 세례식에는 다 참석했고. 아버지에게 불교 가르침을 배웠고 절에도 다녔다는 얘기임. 세상 사람 대부분이 불교를 종교라고 부른다는 걸 안 건 열 살쯤이었다고 적었음. 자기는 아버지의 정의를 받아들이지만, 남들과 얘기할 때 종교라고 부르는 것도 괜찮다고 했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