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과 안내문

한국의 한 카페가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였다는 글이었음. 글에는 제목과 사진뿐이고 설명은 한 줄도 없었음. 어디 있는 가게인지, 언제 붙은 안내문인지도 글에 안 적혀 있었고. 그러니까 뒤에 붙은 얘기는 전부 댓글 쓴 사람들의 짐작이거나 각자 겪은 일이었음. 그래서인지 방향이 금방 흩어졌더라.

이유가 있을 거라는 쪽

가게 입장을 헤아려 보자는 댓글이 꽤 있었음. 규칙 뒤에는 이유가 있고, 주인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먹고 이런 걸 붙이진 않았을 거라는 얘기임. 여기에 짧은 답이 붙었음. 이유는 늘 있지만 늘 좋은 이유인 건 아니라는 거였다. 그렇다고 한 나라 사람 전체를 막아도 되는 거냐고 되물은 댓글도 있었고. 무한리필 식당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통째로 쓸어 간다는 얘기를 꺼낸 사람도 있었는데, 본인이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읽고 들은 것이라고 미리 못을 박았음. 그런 영상들이 중국 사람이라고 적혀 있긴 한데 자기는 그걸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덧붙였고. 약혼자가 중국 사람이라는 댓글도 있었음. 시어머니 될 분이 뷔페에서 비싼 해산물을 두고 똑같은 얘기를 한다는 거임. 자기가 의견을 낼 자리는 아니고 들은 대로 옮기는 것뿐이라고 했음. 그런데 그분은 상하이 출신이라 시골 사람이나 다른 도시 사람도 싫어하고 자기까지 싫어한다고 썼더라. 계절마다 중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일을 했는데 규칙을 안 지켜서 자칫 사람이 다칠 뻔했다고 쓴 사람도 있었음. 사람들이 못 굴면 다른 손님이 피해를 보는 게 맞지 않다면서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봐야지 참다 지친 쪽만 볼 일은 아니라고 정리한 댓글도 있었음.

인종차별이라는 말이 맞나

용어를 두고 다투는 갈래도 있었음. 중국인은 인종이 아니라 국적이니 인종차별이 아니라 국적에 따른 차별이라는 지적이었음. 인종차별과 편견을 섞어 쓰는 댓글이 많다면서 둘은 다르다고 짚은 사람도 있었고. 여기에 정의는 달라도 결과는 같다는 답이 붙었음. 문 앞에서 막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름표가 뭐든 똑같다는 얘기였다. 길게 안 가고 이런 건 그냥 역겹다고 한 줄로 끝낸 댓글도 있었음.

직접 겪었다는 얘기들

아시아는 원래 이렇다는 식으로 넓혀 버리는 댓글이 많았음. 근거가 붙은 건 그중 일부였고. 말레이시아에 가면 세를 놓는 집에 어떤 사람은 안 받는다고 적어 붙인 안내문을 볼 수 있다고 쓴 사람이 있었음. 일본에 살 때 식당이든 술집이든 택시든 문 앞에서 팔을 엑스자로 만들며 외국인은 안 된다고 소리치는 일을 여러 번 겪었다는 댓글도 있었음. 서울에서는 이태원 밖에서 흑인 친구들이 대놓고 인종 비하 표현을 들었다고 쓴 사람도 있었고. 중국에 살 때 다니던 학교가 학교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흑인을 안 뽑았다는 경험담도 나왔음. 일본에 있을 때 삼촌과 그 동료들이 술자리에서 30분 동안 중국인과 한국인 험담을 했고, 사촌이 필리핀 사람처럼 생긴 게 안됐다는 말을 숙모가 하더라는 얘기도 있었음. 다만 이런 얘기들은 각자 겪은 일이고, 이걸 곧바로 한 대륙 전체의 성격으로 옮겨 적은 댓글들과는 구분해서 봐야 함.

역사 얘기가 틀렸다는 지적

중간에 사실이 틀렸다고 지적받은 댓글이 하나 있었음. 중국은 원래 자기 일만 하던 상인들이었고 일본이나 한국처럼 다른 아시아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음. 지금의 반감은 경제가 커지면서 생긴 것뿐이라고 봤고. 여기에 검색이라도 한번 해 보고 쓰라는 반박이 붙었음. 1300년대에 쿠빌라이 칸이 일본을 여러 차례 치려 했고, 한나라와 수나라가 한국 쪽을 반복해서 쳤지만 끝내 차지하지는 못했다는 거임. 베트남은 중국이 아주 오랫동안 지배했다고도 적었음. 자기 일만 하던 상인들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되받아 비꼬기도 했더라. 같은 취지로 티베트와 인도까지 덧붙인 댓글도 있었음. 그 원래 댓글은 다른 이유로도 지적을 받았음. 비유로 쓴 표현이 특정 집단을 깎는 말이라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지적이 여러 건 달렸음. 역사 자체를 이유로 든 댓글도 있었음. 이웃 나라에 쳐들어가서 그런 일을 벌이면 한동안 미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임. 그러면서도 동아시아 나라들이 서로 잘 지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다고 끝맺은 사람이 있었다.

미국 얘기로 튄 갈래

미국 얘기로 넘어간 갈래도 컸음. 미국이 제일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라고 늘 듣는데 다른 데도 이런 게 있지 않냐는 댓글이었음. 여기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 본 적이 없거나 알면서 그러는 거라는 답이 붙었음. 대개 다른 데를 안 가 본 미국인들이 하는 말이라는 얘기도 나왔고. 미국 인종차별 얘기가 아닌 글이 올라온 게 신기하다고 비꼰 사람도 있었음. 자기 경험을 꺼낸 댓글도 있었음. 대학 때 스페인어 수업 교수가 수업 중에 대놓고 멕시코 사람들은 더럽고 나쁘니 어울리지 말라고 했다는 거임. 학생들이 서로 눈만 마주쳤다고 썼더라. 다른 나라에도 편견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냐면서, 멕시코나 미크로네시아의 어떤 섬에 가서도 비슷한 걸 볼 수 있다고 한 댓글도 있었음.

부모가 반대한다는 사연

추천을 두 번째로 많이 받은 건 개인 사연이었음. 한국인 약혼자의 부모가 딸과 말을 안 한다는 얘기임. 자기가 멕시코 사람이고 아이가 절반은 멕시코 사람이라 그렇다고 봤음. 부모는 딸의 인생 선택이 무책임해서라고 말하는데, 정작 딸은 학위도 여럿이고 잘 살고 있다는 거임. 그러니 결국 자기 출신 때문이라고 썼음. 여기에 위로하는 답이 여럿 붙었음. 아이가 조부모를 못 보게 되는 게 안타깝다는 말이었고. 자기도 비슷하다면서 사정을 적은 사람도 있었음. 10년을 함께한 약혼자가 여자라는 이유로 부모가 아직 받아들이지 않는데, 아버지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지만 어머니는 시도조차 안 한다고 했음. 어머니가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던 다른 사연 영상을 가져다 붙인 댓글도 있었음.

말이 안 통해서라는 설명

다른 각도의 설명도 하나 나왔음. 군 복무로 한국에 갔을 때 지휘관에게 한국 역사 설명을 들었다는 사람이었음. 그러면서 서울에서도 관광지 바깥으로 나가면 외국인을 안 받는 가게가 흔한데, 그건 주인이 한국어밖에 못 해서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을 아예 피하려는 쪽에 가깝다고 봤음. 실제로 뭘 봤길래 그러냐고 되물은 짧은 댓글도 있었고. 댓글판 자체를 두고 한마디 하는 사람도 있었음. 넉 달밖에 안 된 익명 계정으로 저런 말을 쏟아 놓는다고 지적한 댓글이었음. 도중에 이 대화가 끝없이 늘어지자, 여긴 패스트푸드 매장 계산대이니 주문이나 하라는 오래된 농담을 던진 사람도 있었다.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