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게시판에 올라온 글

BTS 래퍼 라인과 서구권 래퍼를 비교하는 글이 있었는데 그 댓글들이 미국 흑인 힙합의 폭과 깊이를 은근히 낮춰 보는 것 같았다며, 자기 생각을 따로 정리해 올린 글임. 글쓴이는 RM과 슈가가 기술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진짜 잘한다고 봤음. 다만 힙합은 플로우나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흑인의 문화와 역사에서 나온 거라 그 배경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 입장도 이해된다고 했거든.

이미 다 있는 스타일이라는 정리

글쓴이는 서구권 힙합에 사회 비판적인 랩, 실험적인 랩, 기술적인 랩, 내면을 다루는 랩, 재즈 계열, 갱스터와 트랩, 이야기하듯 푸는 랩이 이미 다 있다고 늘어놨음. 그래서 BTS 래퍼 라인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 새 장르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한국식 정서와 가사를 이미 있는 전통에 잘 섞었기 때문이라고 봤음. RM은 나스를 여러 번 언급했고 시적인 쪽 영향이 보이며, 슈가는 감정 고백과 공격성을, 제이홉은 무대에 맞는 리듬감을 가져간다고 적었더라.

가사를 직접 쓰느냐

댓글에서 제일 추천을 많이 받은 건 자기 벌스를 직접 쓰느냐는 기준이었음. 노래는 남이 써 준 걸 불러도 존중받을 수 있지만 랩은 자기 바를 안 쓰면 그러기 어렵다는 얘기였고, BTS 래퍼 라인은 그렇게 인정받는 소수에 든다고 봤거든. 힙합에서는 고스트라이터 의혹이 평판에 실제로 타격을 줬다며 진정성 문제가 팝과는 다르게 굴러왔다고 붙인 댓글도 있었음.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창작 권한을 잘 안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돌 래퍼는 애초에 자기 벌스를 안 쓴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고. 물론 꾸준히 직접 쓰는 아이돌 래퍼도 분명히 있다고 그 사람이 스스로 덧붙였더라.

케이팝만 듣는 사람들 얘기

BTS 래퍼 라인을 존중한다면 힙합과 그 장르를 만든 흑인 미국인들도 존중해야 한다고 쓴 댓글이 있었음. 케이팝 안의 힙합만 듣고 강한 의견부터 만드는 사람은 좀 다르게 보게 된다는 거였고. 케이팝 래퍼는 들으면서 미국 래퍼는 피하는 사람은 존중이 안 된다고 잘라 말한 댓글도 있었음. 케이팝 팬 중 일부는 흑인이 아닌 사람의 랩을 원하거나 들어 본 게 적어서, 명백한 영향을 받은 것도 혁신으로 보고 원조는 그냥 지나친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고. 케이팝 공간에서는 음악 얘기보다 차트 숫자 얘기를 하려 해서 대화가 어렵다는 댓글도 나왔더라.

가사와 실제 삶

'훌리건' 같은 곡의 가사가 겉돈다고 본 댓글이 있었음. 살아 본 적 없는 동네 얘기를 쓰니까 진심으로 안 들린다는 거였고. 여기엔 그들이 평소에 그렇게 말하지도 않는다며, RM은 영어를 해도 흑인 영어를 쓰지 않고 다큐멘터리에서 발음과 전달을 걱정하는 장면이 그대로 나온다는 답글이 붙었음. 미국 래퍼들도 센 척하는 건 마찬가지고 그게 힙합의 일부라는 반박도 있었고. 미국에 가서 흑인 래퍼들한테 배운 방송이 있어서 다른 팀보다 이해도가 높은 것 같다는 댓글에는, 거기서 배운 건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었다는 답글이 달렸더라.

왜 힙합만 다르냐

록이나 블루스, 재즈에서는 아티스트 인종을 따지지 않는데 힙합만 다른 게 이상하고 오히려 인종차별 같다고 쓴 댓글이 있었음. 여기엔 힙합 안에 원래 진정성과 자작 여부를 따지는 기준이 있었고, 배틀랩이나 디스곡처럼 누가 진짜냐를 묻는 문화가 케이팝 이전부터 흑인 래퍼들 사이에서도 있었다는 반박이 붙었음. 흑인 음악은 만든 사람들을 깎아내리고 배제하면서 문화만 소비해 온 역사가 있어서 발레 같은 예와 나란히 놓기 어렵다는 댓글도 달렸고. 반대로 서로 다르다고 계속 선을 그으려다 오히려 다시 갈라놓는 꼴이 됐다고 본 댓글도 있었더라.

그래도 비교는 못 하겠다는 쪽

자기는 흑인이고 팬이라고 밝힌 댓글이 있었음. 래퍼 라인은 진짜 래퍼고 공부한 사람들이며 케이팝 안에서는 최고라고 하면서도, 흑인 래퍼보다 낫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음. 자기들이 원형이기 때문이라는 거임. BTS는 랩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발매곡 대부분이 팝이라 위대한 래퍼들과 같은 자리에 놓기 어렵다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케이팝 팬층이 어리다 보니 비교 대상으로 나온 래퍼들이 대부분 마흔을 넘겼다며, 그러면 동시대 아티스트끼리 견주는 게 맞지 않냐고 짚은 댓글도 있었고.

글 쓰고 나서

글쓴이는 원래 글에서 야유를 받은 게 아니라 다른 관점이 궁금해서 옮겨 온 거라고 답했음. 서구권 랩을 하나의 덩어리처럼 다루는 게 걸렸다는 얘기였고. 앞 글에 자기가 달았던 답을 다시 보니 서구권 랩을 낮춰 본 것처럼 들렸다고 인정한 댓글도 있었음. 평균적인 서구권 래퍼를 떠올려 놓고 한국 최고 래퍼들과 견준 게 공정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더라.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