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단계에서 올라온 질문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모이는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음. 요즘 한국인 여성이랑 만나고 있는데 이게 문화인지 위험 신호인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저녁도 먹고 한강도 가고 실내 클라이밍도 갔는데 아직 서로를 남자친구·여자친구라고 부르진 않는 사이라고 함. 문제는 연락이었다. 하루 종일 서로 뭐 하는지 주고받길 원하고, 어디 가면 알려 주길 바라고, 답이 좀 늦으면 서운해한다는 것. 자기는 이 정도로 붙어 있는 연락에 익숙하지 않은데 아직 공식적인 사이도 아니라 더 헷갈린다고 적었음.

이미 사귀는 중이라는 답

추천을 제일 많이 받은 답은 문화 설명이 아니라 상황 정정이었다. 아직 호칭을 안 붙였을 뿐 이미 남자친구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거였음. 한국에선 세 번쯤 만나고 나면 그냥 사귀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붙였다. 그 아래 붙은 댓글은 영화 대사를 비틀었는데, 이제 연애라는 걸 믿기 시작하는 게 좋겠다며 너는 이미 하고 있다고 받았음. 인용이 절묘하다는 답글이 줄줄이 달렸다. 미안하지만 상대는 이미 연인으로 여기고 있을 거라고 잘라 말한 댓글도 있었고. 자기가 한국 여성이라고 밝힌 사람도 비슷하게 봤는데, 세 번째쯤 만나면 이미 사귄다고 생각할 거라고 적었음.

세 번째 만남이라는 선

그 선이 어디냐를 두고도 얘기가 붙었다. 어른들 사이에선 관계를 말로 정한다면서, 세 번째쯤에 안 되면 아예 안 되는 거라고 본 댓글이 있었음. 한국에선 남자 쪽이 계속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게 보통이고 대체로 세 번째 만남 안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한국에는 사귀기 전 단계를 부르는 말이 따로 있다며 그걸 설명한 댓글도 있었는데, 서로 관심은 있는데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라는 거였다. 그 사람이 보기엔 글쓴이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고 함. 아직 정식으로 안 물어봤으면 글쓴이는 그냥 그 전 단계에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정리한 댓글도 있었고. 나이대로 나눠 본 사람도 있었는데, 25살 아래면 하루 종일 연락하는 게 흔하고 그보다 위면 하루씩 비기도 한다는 얘기였다.

답장 속도가 곧 관심이라는 말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쪽으로도 답이 나왔음. 이건 정상이고 관심을 재는 잣대로 받아들여진다고 짧게 적은 댓글이 있었다. 좀 더 풀어 쓴 사람도 있었는데, 연락을 자주 안 하면 마음이 식은 걸로 읽히기 쉽다는 거였다. 그래서 바쁠 땐 미리 말해 두라고 조언했음. 오늘 일이 많아서 몇 시까지는 답을 못 한다거나, 이따 친구들 만나서 답이 늦을 거라고 먼저 알리라는 식이었다. 미리 안 말하면 관심이 없어졌거나 뭔가 숨긴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자기 한국인 전 남자친구들이 다 그랬다고 쓴 댓글도 있었는데, 한 시간에 한 번은 답하려고 했는데도 늘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함.

말로 풀면 된다는 조언

실제로 뭘 하라는 조언은 거의 한 방향이었다. 이 정도 연락에 익숙하지 않다고 그냥 말해 보라는 것. 그러면 이해하고 좀 여유를 줄 수도 있다는 거였음. 지금 한국계 미국인과 만나는데 자기들은 연락을 많이 안 한다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얘기부터 하라고 적은 사람도 있었다. 농담 반으로 한국 연애 문화 자체가 위험 신호라고 받은 댓글도 있었는데, 뒤이어 진지한 말을 붙였음. 외국인이 보기엔 위험 신호로 보이는 게 여기선 보통이라 오히려 그렇게 안 하는 쪽이 신호로 읽힌다는 거였다. 그래서 자기 선이 어디까지고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게 중요하고, 이유를 알면 상대도 요구를 줄일 거라고 봤다. 아직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얘기도 안 했으면 서로 뭘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한 댓글도 있었고.

한국인이라고 다 같지 않다

일반화에 선을 그은 댓글도 여럿이었음. 자기가 한국인 남성인데 답장을 빨리 안 해서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쓴 사람이 있었다. 그래도 만나기 전에 미리 그런 사람이라고 알려서 문제는 없었다고 함. 자기한텐 그렇게 자주 확인하는 게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면서, 그렇다고 모두에게 위험 신호인 건 아니라고 봤다. 자기 부부는 연애할 때 하루에 한 번쯤 연락했다는 댓글도 있었는데, 둘 다 문자를 잘 못 견디는 편이고 만나서 풀 얘깃거리를 남겨 두는 게 더 재밌었다고 적었음. 사람마다 다르다는 말도 나왔다. 카카오톡으로 쉬지 않고 얘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 결국 성격이라는 것. 자기가 한국 사람이라 이런 연락에 익숙했는데, 십 대를 유럽에서 보낸 전 애인이 지적하고 나서야 과했다는 걸 알았다고 쓴 댓글도 있었고.

한국만의 얘기냐는 물음

이게 한국 얘기가 맞냐는 반론도 있었음. 이 정도 연락은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흔하다고 짚은 댓글이 있었다. 프랑스 사람이라고 밝힌 댓글은 다른 각도를 짚었는데, 자기들은 서로 공식적으로 부르기 시작하는 절차 자체가 없다는 거였다. 자주 만나고 많이 얘기하면 이미 서로만 보는 사이인 게 당연하다는 것. 그래서 관계를 선언하는 건 미국 쪽 방식 같다고 봤다. 유럽 사람이라며 미국에선 공식이 되기까지 몇 번을 만나야 하는 거냐고 되물은 댓글도 있었고. 크로아티아를 예로 들면서 슬라브권 연애 문화가 동아시아 쪽과 비슷하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다. 아예 나라랑 상관없이 어디에나 이런 사람은 있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못 견디겠다는 쪽

부정적으로 본 댓글도 있었다. 이건 정상이 아니라 상대에게 기대는 것이고 사생활 침범이라고 잘라 말한 사람이 있었음. 한 명 만나 봤는데 꽤 힘들었다는 댓글도 있었다. 문자를 바로 확인하고 사소한 것까지 계속 알려 주길 바라는데 안 하면 금방 서운해한다는 거였고, 개인 공간이라는 게 없다고 적었다. 반면 자기 아내도 똑같고 끝이 없다며 도망치라고 쓴 댓글은 농담이었는데, 뒤에 진심을 붙였음. 아무것도 안 묻고 연락도 없는 쪽보다는 낫고 자기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거였다. 한국인 여자친구와 1년 넘게 만나고 있다는 사람도 정리를 비슷하게 했다. 자주 연락하는 건 보통이고 어디서 뭘 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도 그렇다면서, 굳이 거기 맞출 필요는 없지만 이걸 위험 신호로 본다면 아예 안 만나는 게 낫다고 적었다.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