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들고 온 질문

레딧 r/AskAJapanese에 올라온 글임. 2024년에 한국인 해외여행객이 2,800만 명을 넘었다는 통계를 봤다는 거임. 같은 해 일본은 1,300만 명이었음. 두 나라 다 잘살고 노동시간도 길기로 유명하니 돈 문제나 시간 문제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봤음. 그러면 일본 사람들이 밖으로 덜 나가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음. 이 숫자로 한국과 일본을 붙일 생각은 없다는 말을 괄호에 따로 적어 뒀더라.

부유하다는 전제부터 걸림

추천을 제일 많이 받은 답은 전제를 먼저 걷어냈음. 일본 사람들이 부유한지 잘 모르겠다는 거임. 임금은 제자리인데 엔화가 주저앉았다고 했음. 거기에 정부가 코로나 이후로 지방 관광에 돈을 많이 부었다는 점을 붙였음. 약한 엔, 짧은 휴가, 낮은 외국어 능력, 매력적인 국내 여행지가 겹치니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정리였음. 쌀값 낼 것도 빠듯한데 부유하다니 무슨 소리냐고 웃은 댓글도 있었다. 오늘 환율이 1달러에 156엔이라며 지난 몇 년 사이 엔이 무너졌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음. 환율 때문에 해외여행이 5년 전보다 50% 비싸졌다는 댓글도 붙었음. 미국 물가도 올라서, 일본의 두 배 값인 햄버거를 씹으며 구경할 기분이 안 난다더라.

안에 다 있다는 얘기

일본에는 여행객이 원할 만한 게 거의 다 있다고 적은 댓글도 위에 있었음. 자연, 스키장, 등산, 수상 스포츠, 해변, 대도시, 소도시, 옛 모습이 남은 마을을 쭉 나열했음. 그래서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없다는 거임. 오키나와조차 안 가 본 사람이 많다는 말도 붙였더라. 관광객이 몰리는 길목에서 벗어나면 값이 싼 곳이 수없이 많다는 얘기도 나왔음. 도쿄와 교토 호텔값이 오른 건 외국인이 거기로 몰려서라는 설명도 달렸음. 정작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규슈나 오키나와, 홋카이도처럼 느긋한 데로 간다는 거임.

엔 탓이 아니라는 반론

엔화 얘기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본 댓글도 있었음. 엔이 강하고 일본이 잘살던 시절에도 일본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별로 안 갔다는 거임. 비율은 지금보다 높았지만 다른 나라에 대면 여전히 낮았다고 했음. 결국 국내에 지형도 다양하고 갈 데가 많아서 국내 여행으로 만족하는 것이라는 얘기였음. 중국과 미국도 마찬가지라더라. 외무성이 낸 여권 발급 건수 그래프를 보면 최근 20년간 거의 그대로라고 적은 댓글도 있었음. 반대로 진짜 이유는 하나뿐이라며 외국어를 꼽은 사람도 있었음. 엔이 늘 약했던 것도 아닌데 일본은 여권 보유율이 늘 낮은 축이었다는 거임. 일본에 웬만한 게 다 있다지만 유럽의 대성당이나 큰 사막은 없지 않냐고 덧붙였음.

영어 얘기에 붙은 재반박

한국이 일본보다 평균 영어 수준이 훨씬 높다는 짧은 댓글에서 갈래가 하나 더 뻗었음. 일본은 박사급도 영어 회화가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음. 논문은 읽고 쓰는데 짧은 대화를 못 잇는다는 거임. 그래서 일본에서 나온 연구가 일본어로만 남아 밖에서 인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붙었음. 아는 일본인 박사 얘기를 꺼낸 사람도 있었음. 논문을 다 쓰고 나서야 같은 연구가 이미 있었다는 걸 알았다는 거임. 본인도 지도교수도 영어로 된 선행 연구를 못 찾아서였다더라. 여기에 일본학을 한다는 사람이 반대 방향도 늘 있다고 답했음. 일본에서 이미 파고들 만큼 파고든 주제가 서구에서 새로운 발견처럼 발표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거임. 야스쿠니 신사처럼 배경이 민감한 주제가 그렇다고 예를 들었음.

휴가를 쓰는 방식

휴가 얘기를 구체적으로 푼 댓글도 있었음. 한 달씩 쉬는 사람은 드물지만 쉬는 날을 붙여 7~10일 정도는 보통이라는 거임. 그러면 집에만 있을 이유가 없으니 어디든 가게 된다고 했음. 대개는 손주를 데리고 시골 부모를 찾아가거나 부모를 여관에 모시고 같이 쉬는 쪽이라더라. 해외여행은 결혼 안 한 젊은 층이 같은 성별끼리 몰려가거나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였음. 여기엔 은퇴한 사람들도 빼지 말라는 답이 붙었음. 성인 영어회화를 가르치는데 수강생 대부분이 60대 이상이고 늘 어디론가 떠난다는 거임. 국내가 많긴 해도 해외로도 꽤 나간다고 했음. 유급휴가를 쓰려면 눈치가 보인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음. 어렵게 쓰고 나면 사람들 몫으로 비싼 기념품까지 사 와야 한다는 얘기였음.

한국 쪽 얘기

한국은 나라가 작아서 사람들이 결국 질리게 된다고 본 댓글이 있었음. 그러면서 한국인 해외여행의 상당 부분이 일본행일 거라고 덧붙였음. 실제로 일본과 베트남이 상위 목적지라는 자료를 가져온 사람도 있었음. 예전에는 미국이 더 인기였다면서 지금 정치 상황과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여기엔 한국인은 원래 늘 일본에 갔고 미국이 1위였던 적은 없는 것 같다는 반론이 붙었다. 요즘 한국 젊은 층이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얘기도 나왔음. 그러자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 살았다는 사람이 자기 경험을 적었음. 처음 갔을 때는 일본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거임. 그런데 2019년 무역 분쟁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더라. 교재에 일본 관련 내용이 나오면 빼 달라는 학생이 흔했고 방일 여행도 크게 줄었다고 했음.

골라 가라는 댓글

90년대에는 일본인 해외여행이 워낙 많았다는 회고도 여러 개 붙었음. 카메라를 여러 대 목에 건 관광객이 방송에서 하나의 밈이었다는 거임. 요즘은 그런 장면이 거의 없다고 했음. 하와이 얘기도 나왔음. 미국이지만 일본계 비중과 관광 인프라 때문에 사실상 일본의 바깥 거점처럼 여겨졌는데 환율이 그걸 멀어지게 했다는 설명이었음. 일본에 산다는 사람은 이유를 네 가지로 줄여 적었다. 멋진 데는 다 멀고 비싸다, 여기 웬만한 건 다 있다, 아무도 우리말을 안 쓰는데 우리는 외국어를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부유하지 않고 상여금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거였음. 마지막으로 답을 두 개 적어 놓고 고르라고 한 댓글이 있었음. 한국인이 듣기 좋은 답은 한국인이 더 부유하고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고, 듣기 나쁜 답은 일본인이 그냥 바깥에 관심이 덜하다는 것이라며, 원하는 쪽을 사실로 가져가라고 적었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