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터진 두 번째 골

해외 축구 커뮤니티에 한국 고등학교 교실 영상이 올라왔음. 학생들이 다 같이 월드컵 중계를 보다가 두 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이 담겼음. 댓글 하나가 상황을 더 짚어줬음. 1분 전에 넣은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던 터라 감정이 0에서 100으로 확 뛰었다는 거임. 추천 1위 댓글은 짧았음. 평생 갈 기억 하나가 열렸다는 말이 1431표를 받았음. 보기만 해도 훈훈하다는 댓글이 569표, 나중에 자기 애들한테 해줄 얘기가 생긴 거라는 댓글이 386표였음. 제목만 보고 일단 추천부터 누른다는 사람도 있었음. 이런 게 뭔지 잊고 있었다는 댓글도 붙었고. 영상에 깔린 음악을 짚은 댓글도 있었음. 한국 사람들한테는 그 곡이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라는 거임. 다른 사람이 밴드 이름을 트랜스픽션이라고 알려줬고, 곡 제목은 승리를 위하여로 옮길 수 있다고 적었음.

학교에서 봤던 그 경기

자기도 학교에서 봤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음. 중학생 때 2006년 월드컵을 학교에서 봤다는 사람이 176표를 받았음. 축구 기억 중에 제일 깊은 축이라고 했음. 이 사람 아버지가 고등학교 교사라는 얘기가 이어졌음. 2018년 월드컵 때 그 시간에 수업이 비어 있어서, 멕시코 학생들한테 수업 빠져도 된다는 쪽지를 써주고 자기 교실에서 경기를 보게 해줬다는 거임. 월드컵이란 게 원래 이런 거라며 그래서 좋아한다고 적었더라. 학교에서 월드컵 보는 것만 한 게 없다는 댓글도 62표를 받았음. 어느 단계 경기였든 어릴 때 학교에서 본 그 한 경기는 다들 기억한다는 정리도 나왔음. 영국 학교에서 일한다는 사람은 이 영상을 교장한테 보여줄 거라고 했음. 수업 말고 이걸 틀자고 설득하려는 거임. 다만 이번엔 경기가 다 밤늦거나 새벽이라 소용없다고 덧붙였음. 아들 담임이 오늘 캐나다 경기를 안 틀어주면 실망할 거라고 말해뒀다는 댓글도 있었고.

벨기에 두 세대의 기억

벨기에 얘기가 두 개 나란히 붙었는데 시대가 달랐음. 하나는 2002년이었음. 엄격한 중등학교에 다녔는데 조별리그 통과하려면 러시아를 이겨야 했다고 함. 킥오프 시간이 등교 시간이랑 겹쳤음. 몇 명이 손바닥만 한 휴대용 TV를 몰래 들고 와서 보다가 생활지도 선생한테 딱 걸렸다는 거임. 평소 조용히 하라는 말만 하던 무서운 사람들이라 다들 벌 받겠구나 했는데, 그 선생이 오히려 애들을 다 불러 모아 같이 보게 해줬다고 함. 화면은 아이폰 절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고 적었음. 다른 하나는 1986년이었음. 새벽 3시였고 10학년 수학 기말시험을 몇 시간 앞둔 밤이었다고 함. 볼 수 없게 돼 있었지만 라디오를 방에 몰래 들여놨다는 거임. 소련을 상대로 네 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 두 층 아래에서 아버지가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적었음. 그 뒤로 잠을 거의 못 잤고, 아침 7시에 형이 방으로 뛰어들어와 벨기에가 이겼다고 소리쳤다고 함. 이 얘기를 어제 직장에서도 했다고 덧붙였더라. 두 층 아래에 아버지가 살면 부자 아니냐는 농담이 붙었음. 그러자 이 사람이 진지하게 답했음. 부모는 공무원 월급을 받았고 조부모는 농장 일꾼, 초등학교 교사, 전업주부 둘이었다는 거임. 긴 불황 끝자락에 집을 샀는데 물가도 금리도 높아서 대출 이자가 12퍼센트쯤이었고 부동산 값은 바닥이었다고 함. 친척이랑 친구들한테 조금씩 빌려서 마련했다면서, 그런 게 되던 시절이었다고 적었음.

잉글랜드 사람들의 2002년

잉글랜드 쪽은 다 같은 경기를 떠올렸음. 학교 강당에 대형 TV를 서너 대 들여놓고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봤다는 댓글이 101표를 받았음. 8강 브라질전이었음. 당시엔 브라질을 좋아했는데도 그게 축구로 처음 제대로 마음이 무너진 순간이었다고 적었음. 어제 일처럼 기억난다고 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강당에서 오버헤드 프로젝터로 봤다는 사람 얘기는 더 구체적이었음. 오언이 넣었을 때 다 같이 난리가 났고, 히바우두가 따라붙었고, 호나우지뉴의 프리킥에 끝장났다는 거임. 경기 보려고 7시 45분쯤 등교했더니 학교에서 토스트랑 시리얼을 나눠줬다는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음. 다른 사람은 초등학교 강당에 다 모인 이유가 결국 시먼이 그 프리킥에 넘어가는 걸 보기 위해서였다고 적었음. 그러면서 한국 학생들은 더 좋은 기억을 갖게 되겠다고 했음. 그날 하루를 통째로 망쳤다는 댓글도 붙었고. 선생님들 약 올리려고 일부러 브라질을 응원했다는 사람도 있었음.

2002년에 한국에 있던 사람

한 댓글은 같은 2002년인데 정반대 경험이었다고 적었음. 개최국에 있었기 때문임. 초등학생이었는데 부모님이랑 거리로 나가서 거대한 화면으로 수천 명과 같이 봤다고 함. 경기만 시작하면 나라 전체가 멈추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거임. 특히 강가에서 본 경기가 재미있었다고 적었음. 안 선수가 골든골을 넣었을 때는 아수라장이었다고 했음. 팔이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폭죽이 터지고 차들이 경적을 울렸다는 거임. 그 경험 때문에 지금까지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고 확신한다고 적었음. 2010년 남아공 대회 때 교실에서 똑같이 했다는 댓글도 있었음. 그런 순간은 안 잊힌다는 거임. 미국 쪽에서는 도너번이 알제리전 연장에 넣던 순간이 떠오른다는 댓글이 붙었음. 선생님이 대표팀 열성 팬이라 완전히 이성을 잃고 좋아했다고 함.

본선 못 간 나라들 한숨

부러움 반 한숨 반인 댓글도 꽤 있었음. 아일랜드가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 시절이 그립다는 댓글이 243표를 받았음. 불가리아 사람이라는 댓글은 32년째 기다리고만 있다고 적었음. 여기엔 90년대에 스토이치코프가 이끌던 불가리아와 하지가 앞장서던 루마니아를 보고 자랐다는 답이 붙었음. 그때는 벨기에나 오스트리아, 스페인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돌고 도는 게 신기하다는 얘기였음. 다음 유로엔 나갈 거라는 격려도 있었고. 그리스 사람이라는 댓글은 자기 나라가 국제대회 뛰는 걸 보고 싶어 죽겠다고 했음. 그리스가 유로에서 우승했을 때 아이아 나파에 놀러 가 있었는데 분위기가 미쳤었다는 답이 붙었음. 이탈리아 쪽에서는 한숨 소리만 적어놓고, 그래도 우승은 두 번 겪어봤으니 그 기억은 평생 간다고 했음. 지금 자기 나라를 두고 이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댓글도 있었음.

한국 사정을 아는 사람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상황을 보태줬음. 한국에서 어학원을 가르친다는 댓글이 있었음. 초등학생, 중학생 몇 명이 담임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경기를 틀어놨다고 말하더라는 거임.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게 좋은 일이라고 적었음. 한국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에 관심이 많냐는 질문에는 이런 답이 달렸음.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 관심이 있고 2002년 이후로 쭉 그렇다는 거임. 학사 일정을 설명한 댓글도 있었음. 한국은 여름방학이 한 달 정도로 짧고 겨울방학이 훨씬 길어서 서양이랑 반대라는 얘기였음.

축구 커뮤니티다운 장면

훈훈한 글에서도 축구 커뮤니티 특유의 싸움은 나왔음. 꿈은 돈으로 못 산다는 댓글이 133표를 받자, 응원 팀 표시를 보고 시비가 붙었음. 맨시티랑 PSG, 첼시 우승을 들먹이며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을 못 쓰는 거 아니냐는 답이었음. 안토니에 1억, 공격진 전체에 3억을 쓰고도 하위 리그 팀한테 졌다는 조롱도 붙었고. 여기엔 나무라는 댓글이 67표를 받았음. 애들이 즐거워하는 글에 들어와서 남의 팀 표시만 보고 저런 소리를 하냐는 거임. 장비 부러움도 있었음. 교실에 평면 TV가 있다는 게 부럽다는 댓글이었음. 자기 때는 오버헤드 프로젝터였다면서, 그래도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4강에 갔다고 덧붙였음. 한 사람은 이렇게 정리했음. FIFA와 인판티노가 대회에 아무리 자기들을 들이밀어도, 월드컵은 결국 이런 거라는 얘기였음.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