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스칠 얼굴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임. 한국 광고에 백인 모델이 엄청 많은데, 본국이었으면 모델 소리 못 들었을 사람들 같다는 거임. 원글은 마트에서 스쳐도 기억 안 날 얼굴이라고 썼음. 백인 얼굴이기만 하면 다 수요가 있는 건지, 에이전시가 길에서 아무나 데려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함. 기준이 그렇게 낮냐고 물었고, 돈은 벌긴 하냐는 말도 붙였음. 게다가 다들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음. 창백한 피부, 마른 몸, 밝은 눈, 한국에서 좋아하는 V라인 턱선. 생김새에 다양성이란 게 없다는 지적임. 원글이 '나쁘게 말하려는 건 아니다'로 시작하거든. 거기다 대고 '그 말 하고는' 하고 받아친 댓글이 있더라.

한국인 모델은 골라 뽑는다

제일 자주 나온 설명은 사람 수 차이였음. 한국엔 한국인이 넘치니까 에이전시가 아주 까다롭게 고를 수 있다는 거임. 근데 백인 모델한테는 그럴 여유가 없다는 얘기. 외국인 모델까지 한국인 뽑듯이 걸렀으면 남는 사람이 아예 없거나 확 줄었을 거라는 설명도 붙었음. 동유럽 쪽에서 한국이 인기 있는 건 맞지만, 거기서도 잘나가는 모델은 유럽이나 미국으로 간다는 말이었고. 반대편에서는 그게 바로 문제라고 했음. 연예 활동 비자 승인은 해마다 더 어려워지는데 신청은 계속 는다는 거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쪽은 전쟁 이후로 특히 많아졌다고 함. 그런데도 에이전시가 기준을 낮추는 건 백인 모델한테만 그렇게 보인다는 주장이었음.

서구 이미지가 곧 고급

브랜드 쪽 논리로 푼 댓글도 여럿 있었음. 광고 이미지는 순간에 꽂히는 연상으로 굴러간다는 거임. 브랜드를 돈 많고 잘나가는 느낌과 묶고 싶을 때, 백인 모델이 그 연결을 만들기 제일 쉽다는 설명이었음. 서구의 풍요를 알리는 신호로 더 잘 먹힌다는 말도 같은 결이고. 좀 길게 쓴 댓글은 이걸 외국 것에 대한 동경으로 봤음. 브랜드가 '외국 것'처럼 보이면 비싸 보인다는 거임. 예전엔 유럽이나 미국 브랜드가 고급으로 통했고, 그래서 백인 모델을 쓰거나 제품에 유럽어처럼 들리는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 한국이 발전하면서 이런 심리는 좀 줄었다고도 했음. 이 사람 표현으로는 '백인을 좋아한다'가 아니라 '유럽 물건이 고급이니까 그렇게 보이고 싶다'에 가까움. 백인 모델에 서양식 제품명이 붙으면 급이 높아 보인다고 여긴다는 댓글도 따로 있었음.

동유럽 선호와 어긋나는 설명

그 문화적 설명이 안 맞는다는 반론도 나왔음. 진짜 서구 선망 때문이면 러시아나 동유럽 사람이 선호될 리 없다는 거임. 한국에는 동유럽 하면 가난하고 거칠다는 편견도 꽤 있다는 지적이었음. 자기가 한국 사람이라는 댓글 하나는 백인 우대가 아니라 그냥 미의 기준 문제라고 했음. 인종이라는 말을 알기도 전부터 그런 얼굴이 예뻐 보였다는 거임. 같은 댓글이 덧붙이길, 흰 피부가 선호되는 건 맞지만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고 했음. 피부색이 어두운 라틴아메리카 여성도 매력적으로 보는 한국인이 많다는 말이었고. 여기서 사례가 하나 나옴. 어떤 한국 여성이 라틴아메리카 팬들한테 인기가 많은데, 이유가 모래시계 몸매라는 거임. 정작 본인은 골반이 넓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평생 뚱뚱하다는 소리만 들었다고 했다더라. 참고로 이 현상을 제노포비아라고 부른 댓글이 있었는데, 그 단어는 외국인을 무서워한다는 뜻이라 틀렸다는 지적이 따로 달렸음. 오히려 외국인을 좋아하는 쪽인 제노필리아 아니냐는 거임.

뉴욕 사진가가 본 기준

업계 경험을 든 댓글도 있음. 뉴욕에서 패션 사진을 찍었다는 사람은 한국 광고 모델 중에 뉴욕이나 런던, 파리에서 일할 만한 사람은 없다고 봤음. 패션위크에서 모델을 찍어 봤다는 댓글은 결이 조금 달랐고. 미국이나 유럽 모델은 예쁘다기보다 독특하고 눈에 걸리는 얼굴로 뽑힌다는 설명이었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못생긴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음. 다만 한국에서 진짜 못생긴 모델을 본 적은 있다고 했음. 비슷하게, 서양 모델은 보정으로 다듬은 작고 동그란 얼굴이 아니라 튀는 이목구비로 고른다는 댓글도 있었음. 그 예로 정호연을 들었는데, 대부분의 K팝 아이돌보다 서구 모델 기준에 더 맞는다는 얘기였음. 유럽 패션 쪽은 아예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특이한 얼굴을 쓴다는 말도 두 명한테서 나왔고. 서구에서 잘생겼다는 사람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는 '잘생긴 서양인'의 기준이 따로 있다는 댓글도 있었음. 카탈로그 모델 얘기를 꺼낸 쪽은 키를 짚었음. 미국에서도 카탈로그 모델은 키가 작지 않고, 옷이 잘 나오려면 비율이 길어야 한다는 거임. 미국 기준으로 제일 작아도 5피트 6~7인치쯤이고, 자라 자료를 봐도 173cm 아래는 찾기 어렵다고 했음. 예전에 일본이 아시아의 중심이던 시절에도 똑같은 얘기가 돌았다는 말도 붙였음.

비자 하나에 매달린 계약

돈 얘기가 나오면서 그림이 좀 달라짐. 여자친구가 한국에서 모델을 한다는 사람은, 에이전시가 모델을 많이 계약하는 이유 자체가 계약으로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함. 일을 안 줘도 비자를 스폰서해 주는 데가 있다는 거임. 에이전시 한 곳에 사인만 하면 연예 활동 비자가 나온다는 댓글도 있었음. 그런데 그렇게 들어온 외국인 모델 대부분이 다 낡아빠진 좁은 방 월세도 못 맞추고 있다고 했음. 끼니를 못 챙기는 경우도 봤다는 말이었고. 그 사람이 아는 잘 풀린 친구는 한 명인데, 반은 한국인이고 따로 사업도 한다고 함. 광고에 나오는 평범한 얼굴들은 그냥 유학생 아르바이트일 거라는 추측도 있었음. 푼돈 받고 하는 재밌는 알바라는 거임. 대신 E2 비자로 영어 가르치는 사람은 모델 일을 못 한다는 말도 덧붙였고. 애초에 스스로 모델이라 부르는 것뿐이지 그걸로 먹고사는 직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음.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모델이라고 하길래 어떻게 그런가 싶었다는 댓글도 있었고.

차별이냐 단가냐

인종차별이냐를 두고는 갈렸음. 백인을 써야 브랜드가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해서 콕 집어 백인 모델을 요구하는 건 결국 차별이라는 쪽이 있었음. 미국이 우아함과 고급을 백인 모델로 표현하고 한국이 그걸 따라 하면, 의도가 없어도 결과는 같은 생각을 떠받치는 거라는 논리임. 이건 명백히 인종차별이고 피부색 차별인데 말을 꺼내면 예민하다는 취급을 받는다는 댓글도 있었음. 반대쪽은 '떠받든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고 봤음. 그냥 단가 싼 상업 모델을 쓰는 것뿐인데 그게 숭배랑 무슨 상관이냐는 거임. 같은 취지가 두 번 나왔고. 한국 사람이 유럽 하면 갈색 피부를 떠올리지 않는 것뿐이지, 갈색 피부가 고급을 못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거라는 의견도 있었음. 이 댓글도 한국에 인종차별적인 일이 많은 건 인정하지만 이 건은 잘 모르겠다고 했음. 수요가 없으면 시장도 없다는 짧은 답도 달렸는데, 한국은 보정 기술이 좋아서 모델처럼 생길 필요가 없다는 말을 붙였음. 도화지만 쓸 만하면 된다는 거임.

서구 광고도 다르지 않다는 말

질문을 서구 쪽으로 되돌린 댓글도 있었음. 최근 미국에 갔을 때 TV 광고만 봐서는 그 나라에 백인이 남아 있는 줄도 몰랐겠다는 사람이 있었음. 길에 나가야 보이더라는 거임. 마른 몸과 날카로운 턱선은 서양 모델의 특징이기도 한데 뭐가 다르냐는 지적도 나왔음. 서구가 플러스 사이즈 모델까지 쓰면서 다양성을 챙기려는 건 맞지만, 그렇게 크게 다르진 않다는 얘기였고. 서양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모델을 볼 때 자기도 똑같은 기분이 든다는 댓글도 하나 있었음. 한편으로는 질문하는 방식이 거슬린다는 반응도 나왔음. '이건 대체 뭐냐'는 식으로 질문처럼 포장해 놓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안 꺼낸다는 거임. 의견이 있으면 그냥 말하라는 얘기였음.
출처: reddit